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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양국이 ‘신(新)시대’를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첫 국가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겹친 올해 ‘한·일 협력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결정으로 의미 있다. 이 대통령은 방일 후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전에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사례는 없었다. 이는 현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이 대통령은 15일 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드러내 온 실용주의 대일 관계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도 “한·일 양국은 같은 앞마당을 쓰는 이웃집과 같은 관계”라며 “상호 도움이 되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다 방일 전 20일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이행 등의 문제를 적시하기도 했다. 이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일본에 구체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성의를 보여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젠 일본의 ‘진정한 성의’를 기대할 차례다. 이 대통령은 방일 기간 동안 이시바 총리와 몇 차례 함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의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문제 등 안보 사안, 대미 관세 협상 등 경제 협력 이슈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관세 협상에서 대규모 투자 펀드를 약속한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처지여서 함께 논의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했고, 한국도 일본을 참고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부터 찾는 것은 25일 만나게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우리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등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국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정상을 만난 뒤 미국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안보 이슈에서 우리 목소리를 키우는 효과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이 대통령은 6월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를 만나 양국 정상이 서로 오가는 ‘셔틀 외교’를 약속했다. 추후 이시바 총리가 방한함으로써 ‘자유 진영’ 연대를 가속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일본 조야의 역사 인식만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호혜 정신으로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임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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