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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뜻깊은 광복 80주년이다. 일제의 온갖 압제라는 신고(辛苦) 속에서도 조국 광복을 꿈꾸며 일생을 헌신한 애국지사들의 진한 의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남북분단은 진정한 광복이 아니다. 순국선열의 정신을 ‘제2의 광복’인 평화 통일의 등불로 삼아야겠다.
남북분단은 단순히 남북 사이에 국경선이 하나 생겼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민족의 허리에 강철 족쇄를 채워 놓은 것 같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실체이다. 지난 세월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이 가족의 생사 확인도, 고향 방문도 하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어디 그뿐인가. 1953년 7월 휴전 후 70여 년 동안 북한이 도발한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은 50여만 건에 이른다. 지금도 북한은 핵 고도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한반도와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분단으로 인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기에 한국인들은 진정한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80년이란 짧은 기간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 평가받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은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남북 분단국이라는 아픔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8월은 115년 전 나라 잃은 망국(亡國)의 경술국치일과 순국선열들의 희생 위에 조국을 되찾은 광복절이 공존하는 달이다. 오늘 되새겨 볼 교훈은 지도층이 정신을 못 차리고 갈등이 격화되면 최고지도자는 지위를 잃고 나라는 거덜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우경화 질주로 제국주의 강국의 옛꿈을 되살리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부단히 꾀하고, 중국은 중국몽의 실현을 노리고 있다. 이런 때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남남 갈등을 접고 화합의 국내 정치와 능동적 외교를 꾀하는 일이다.
우리가 국제외교에서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선 국민 화합이 긴요하다.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는 한 국익을 챙기긴커녕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이나 국가가 허점을 보이고 내분에 휩싸이면 힘센 주변 세력에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통일은 쉬운 게 아니다. 남북한 상호 간 서로를 향한 포용과 신뢰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사안이기에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한엔 6·25 전쟁으로 수백만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아픈 상흔이 남아 있다. 지난 80년간 지속돼 온 적대적 관계의 영향도 있기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포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 공동체를 회복하고 완전한 광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관용하고 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화적 남북통일이 되면 막대한 금액의 국방비와 청년들의 병역 의무 시간을 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한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원, 그리고 값싸고 품질 좋은 노동력을 경제 발전에 투입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면 남남 화합의 터 위에 ‘제2의 광복’인 민주적 평화 통일을 조만간 실현해 한국에 의한 세계질서 구축, 곧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여는 게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희생한 선열들이 우리에게 당부하는 시대 소명일 것이다. 남북 이질화가 더 심화되기 전이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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