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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태어난 지 이제 막 석 달 된 고양이를 입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만 들락거릴 뿐 소변을 못 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배가 부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결국 시름시름 앓다 눈까지 잘 뜨지 못하게 된 고양이를 안고 새벽에 급히 24시간 응급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요도폐색(FLUTD).
의사는 응급처치 후 증상이 있을 때마다 카테터를 반복하자 했지만 기자는 고양이를 다른 병원으로 데리고 가 요도성형술을 받게 했다. 당시 기준 200만 원의 비용은 들었지만 지금까지 건강히 잘 지내는 걸 보면서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개와 고양이는 이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가족으로 불린다. 그러나 제도적 현실은 냉정하다. 사람은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지만 반려동물은 치료비 전액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단순 검진에도 수십만 원이 들고 혹여 수술이라도 하면 수백만 원 이상이 청구된다. 보호자에게 동물병원 문턱이 늘 걱정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펫보험은 보호자에게 유일한 안전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 안팎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보장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상품이 면책 규정을 두거나 충분한 보장 한도를 담보하지 못한다. 또 반려동물이 7~8세를 넘으면 가입이 쉽지 않고 갱신 과정에서 보험료가 크게 오르거나 계약이 거절되기도 한다.
그러나 펫보험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MRI, 정형외과 수술, 장기 치료 등 고액 진료가 필요할 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소액 진료는 보호자가 감당하더라도 큰 비용의 위험을 나눠 부담한다는 점에서 보험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호자는 펫보험을 가입하는 대신 매달 일정금액을 저축해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갑자기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몇 년간 모은 돈이 단숨에 사라질 수 있다. 반면 보험은 적은 금액으로 큰 비용을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반려동물의 나이와 건강 상태, 보호자의 재정 상황 등이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많다면 오히려 보험보다 저축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문제는 보호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광고만 보고 가입했다가 정작 필요할 때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이 피보험자인 보험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는 상존한다. 하물며 아직 보장 내용 조차 생소한 펫보험의 경우는 오죽할까. 기자가 2009년 무렵 보험회사에 근무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당시엔 보험상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은 못 받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펫보험 역시 비슷한 길목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기준도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보험사도 안정적인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 결국 보호자는 불완전한 보험과 예측 불가능한 진료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자에겐 요도성형술을 받은 고양이 외에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다. 두 고양이 모두 나이가 10살이 훌쩍 넘어 사람으로 치면 장년의 나이가 됐다. 몇 년만 더 지나도 노령묘다. 펫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연령도 지났다. 보험이든 저축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대비는 필요하기에 사실 요즘은 고민이 많다. 언젠가 펫보험이 실손보험처럼 보편화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내 고양이가 아프면 나는 어디까지 준비가 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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