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85%
전주 27º
습도 85%
의 스융신(60·...'))
쿵푸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허난성 소림사(少林寺)의 스융신(60·본명 류잉청) 주지가 숙청됐다. 지난달 26일자 현지 공안국 통지문에 따르면 이날 스융신은 미국으로 몰래 출국하려다 일행(내연녀 7명, 사생아 21명, 직원 6명)과 상하이 푸통공항에서 검거됐다. “(국내외) 내연녀 51명, 사생아 174명(이 중 대리출산 141명)” 등 온라인을 달군 충격적 내용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더구나 유포된 통지문을 이튿날 카이펑(開封)시 공안국이 ‘가짜’로 규정하면서 스융신에 대한 수사와 혐의 내용은 인정해 황당함을 더했다.
16세 때 출가해 30대 중반에 주지가 된 스융신와 함께 소림사는 현대 중국 최대의 문화상품이 됐다. 불교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 사생활 문제로 이런저런 추문이 돌았지만 스융신은 승승장구했다. 전국인민대표자 3선을 할 만큼 공산당의 지지가 든든했던 것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중국 최대 글로벌 대기업인 소림사의 시작이자 끝이다. 1980년대 초 20명 승려가 죽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던 쇠락한 사찰 소림사는 스융신의 ‘경영’을 통해 입장료 수익만 연간 700억 원의 초대박 브랜드로 성장했다.
참배객들이 별도 구입하는 다양한 가격대의 향(香)과 각종 기념품, QR코드용 전자 시주함 수입도 엄청나다. 이들 수익 70%가 국가로 들어간다니 공산당에겐 고마운 현금인출기다. 그뿐인가. 소림사라는 이름을 단 식품·음료·숙박·보석·의류·출판·애완동물사료 등 700개 넘는 상표 등록이 있다. 전 세계 40여 개국 소림사 분원을 통해 쿵푸 교실 및 공연 수입도 챙기며 외화 수입 또한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해 “전당포 수준”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후 실종됐다 돌아와 조용히 은거 중인 알리바바의 마윈보다 스융신이 공산당 심기를 심각하게 건드린 모양이다.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해 준 유튜브 대륙남TV의 지적대로 공산당이 스융신을 잠재적 내지 가시적 위협으로 판단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울 듯하다. 스융신이 교황을 만난 것도 위험천만한 행보였다. 장차 그가 ‘인권’ ‘신앙의 자유’ 등을 말하게 될 경우 그 세계적 파급 효과를 중국 정부로선 상상조차 하기 싫었을 것이다.
한나라 이래 절대권력 지속성과 강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 그런 대륙의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 한 게 종교였다. 종교는 종종 중국사에서 왕조 교체를 초래한 반란의 근원지였기 때문이다. 특히 극렬했던 게 불교·도교 혼종인 ‘백련교의 난’이었다. 불교·도교·기공(氣功)이 결합된 파룬궁을 중국 정부가 가혹하게 다룬 것은 역사에서 온 공포 때문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1999년 1만 명 이상이 베이징 공산당 중앙 본부 앞에서 평화 시위를 벌인 이후 파룬궁은 ‘사교(邪敎)’로 찍혔다.
앞서 출국해 지금껏 망명 중인 파룬궁 창시자와 주요 관계자들이 언론사(NTDtv·에포크타임스)를 운영하며 예술단(션윈)의 세계적 활동에도 열심이다. 다만 ‘천멸중공’ 등 가장 격렬한 반중 구호를 내걸었으면서 종교성을 스스로 적극 부인하는 게 흥미롭다. ‘백련교’를 연상시키고 싶지 않아서인지 ‘기공을 통한 심신 수련’으로 설명할 뿐이다.
소림사는 5세기 말 인도에서 온 고승 바퉈를 위해 건립돼 불경 번역과 선종(禪宗) 수행 중심의 사찰로 출발했다. 달마대사가 여기서 9년 면벽 수행 후 선종의 기틀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7세기 당나라 태종 때 반란군 진압에 공헌하면서 소림사 무술이 국가적 인정을 받았으며 불교와 무술이 결합된 독특한 이미지가 생겨났다. 몇 백 년 후 명나라 때 다양한 권법·병기술이 체계화됐고 소림사 승려들이 의화단 등 반청·반외세 운동과 연결된 전설·야사가 유행한다. 이연걸 주연의 1980년대 홍콩영화 ‘소림사’ 역시 그 일부다.
스융신 몰락 이후 소림사의 수익 사업 전면 중단과 수행 규율의 엄격화 방침이 보도됐다. 더 비(非)자본주의적이면 더 종교적일 수 있으려나. 아니, 중국에서 ‘덜 위험한 종교’란 무엇일까. 5대 합법 종교(불교·도교·이슬람·가톨릭·개신교) 모두 공산당 관리하에 있다. 불교의 경우 중국불교협회가 사찰·승려 등록·승단 교육·대외 교류를 총괄하며 일일이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진핑 시대 들어 ‘종교의 중국화’ 방침이 강화된 가운데 불교 교리와 수행을 사회주의 핵심 가치·애국주의 교육과 조화시킬 것이 요구되고 있다. 티베트불교, 대만·홍콩과 연계된 불교 활동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진다.
개혁개방 40여 년, 모든 미덕이 공산당 국가독점자본주의를 통해 ‘중국특색사회주의’ ‘중국몽’으로 압축된다. 타향살이와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가 불가피한 산업화·도시화 속에서 상처받고 지친 영혼들은 어떻게 위로받으며 살아갈 의지를 충전할 것인가. 초월성(영성)의 보완 없이 산업화를 달성한 사례는 없었다. 서구와 한국에선 프로테스탄티즘이 그 핵심 역할을 했고 예외적으로 일본에선 천황제 국가주의가 한때 그것을 대신했다. 중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궁금해지는 대목이 이런 측면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