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사람들은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보며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청년들은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드는 방식이 달라졌다. 학교 동창, 직장 동료, 고향 사람처럼 이미 주어진 관계보다 러닝, 등산, 음악, 전시, 여행, 게임 등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가령 러닝크루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한 시간 달리고 헤어진다. 다음 주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지만, 반드시 사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 나이와 직업을 묻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이다. 관계의 중심이 사람에서 취향으로 이동했다.
기성세대의 관계가 소속에 가까웠다면 청년세대의 관계는 선택에 가깝다. 동창회나 직장 회식처럼 오래 유지하는 관계보다, 필요할 때 만나고 부담 없이 헤어지는 관계를 선호한다. 이를 두고 인간관계가 가벼워졌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이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이다. 상대방의 삶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함께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이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자동차, 아파트, 명품처럼 오래 소유하는 것이 성공의 상징이라면, 지금 청년들의 지갑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콘서트 티켓 한 장, 팝업스토어 방문, 맛있는 한 끼, 여행, 전시, 스포츠 관람, 작은 캐릭터 굿즈에 돈을 쓴다. 그들은 소유보다 경험의 기억을 중시한다. 유명한 장소에 다녀온 사진, 독특한 카페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영상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콘텐츠가 된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다.
최근 등산과 러닝처럼 기성세대에게 다소 평범한 것들도 청년문화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산에 올라가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건강관리이면서 친구를 만나는 방법이고, 사진을 찍는 놀이이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콘텐츠다. 과거의 등산이 오늘날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된 셈이다.
인공지능(AI)도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청년들에게 AI는 더 이상 신기한 첨단기술만이 아니다. 여행지를 추천하고, 음악을 찾고, 글과 이미지를 만들며,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주는 일상 도구다.
청년문화의 핵심에는 ‘나’가 있다. 이기적인 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나다. 기성세대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안정과 소유의 관점에서 생각했다면, 청년세대는 “내가 지금 무엇을 경험하는가”를 묻는다. 그들은 집보다 여행을, 명품보다 취향을, 오래된 모임보다 새로운 커뮤니티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젊은 세대의 행복 측정의 자도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성세대가 삶의 흔적을 소유로 남겼다면, 청년세대는 경험으로 남긴다. 친구보다 취향을 만나고, 물건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청년들. 그들은 더 많이 갖는 삶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확인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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