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세제 개편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까지 겨냥한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경매시장 열기도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기존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들까지 “이제는 세금이 더 무섭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6%는 향후 1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29%에 그쳤고,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5%였다. 반면 전월세 등 임대료에 대해서는 46%가 오를 것으로 봤고, 내릴 것이라는 응답은 24%였다. 집값은 잡히더라도 임대료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51%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주택자 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62%로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서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34%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25%)보다 많았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제 강화에 일정 수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9%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책 신호는 시장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2주 연속 하락했다. 성동·마포·광진·강동·동작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도 상승 폭이 둔화했다. 시장에서는 1월 말부터 나온 급매물이 실제 하락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2월 36억4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 실거래가보다 1억원 이상 낮아졌고,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도 최고가보다 최근 2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같은 조정 흐름의 배경에는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있다.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매물을 정리하려는 다주택자들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본인 소유의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를 직접 매물로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망세는 더 짙어졌다.
특히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비거주 1주택’이다. 그동안 규제의 중심이 다주택자였다면, 이제는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 보유자와 초고가 1주택까지 정책 타깃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금 부담이 늘면 버티기보다 처분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3구·용산구의 집합건물 증여 신청 건수도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 부담이 커지면 가족 간 사전 증여마저 부담스러워져 결국 매도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시장도 빠르게 식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올해 1월 107.8%까지 치솟았지만 2월 말 기준 97.2%로 내려왔다. 한 차례 유찰된 뒤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어 한동안 규제 회피 통로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매매시장의 급매물이 늘고 향후 세 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당국이 실제로 손댈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보유세다. 현재 정부 안팎에서는 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 임대 목적 보유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 0.15% 수준으로, 미국·일본·유럽 주요국의 1% 안팎보다 낮은 편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언급한 ‘선진국 수도 수준’으로 과세가 이뤄질 경우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지금보다 몇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모델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다주택 여부보다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차등 부과한다. 실거주 주택은 일정 금액 공제 후 낮은 누진세율을 적용하지만, 임대용이나 비거주 주택은 공제 없이 더 높은 세율을 매긴다. 같은 가격의 주택이라도 실거주인지 아닌지에 따라 세 부담이 3~4배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싱가포르 주택정책을 언급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싱가포르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HDB)이 전체 주택의 약 80%를 차지하고, 정부가 대규모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지속 공급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공공주택 비중이 10% 남짓에 불과하다. 민간 주택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세제만 앞서 강화할 경우 거래 위축과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손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고가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 과도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집중돼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경실련은 최근 고가 1주택 장기보유 사례를 제시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에도 실제 세 부담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역시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투기용 주택에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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