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도 좋지만 '일자리'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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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지급 한 달]

필요한 곳에 요긴했던 소비쿠폰
공돈 생기는 것 좋지만 일하는 것 원해
운용의 묘 살려야 할 2차 소비쿠폰

맹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1 06:55:55

▲ 강북 일대를 다니며 폐지 모으는 일을 하는 할머니. 맹세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소비쿠폰? 그게 뭐죠? 아, 나라에서 준 15만원 말이죠? 받았어요. 매일 밖에서 일하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아들이 얘기해 줘서 늦게 알고 신청해서 받았어요. 받은 돈으로 다 떨어져서 필요했던 양념들, 간장 고추장 된장 새우젓 이것저것 샀어요."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강북 일대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는다는 67세의 할머니가 들려준 소비쿠폰 관련 에피소드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그리고 자신이 일할 힘이 있는데 왜 방안에 앉아만 있겠냐며 폐지라도 줍는다는 할머니는 그녀의 삶에 먹고사는데 가장 중요한, 반찬 만들 양념을 사는데 소비쿠폰을 썼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1차 지급된 소비쿠폰 15만원이 일반인들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있고, 그래서 어쩌면 대중음식점에서 한번 먹고 마시는데 주로 쓴 것으로 나타났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차등지급으로 더 지급되기도 했던, 나름대로 효용성 있는 소비쿠폰이라고 보았다.

보통의 선입견상 무기력에 빠져있을 수도 있는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어르신들. 그들에게 소비쿠폰은 당장 큰 힘은 될 수 없었지만, 삶의 긴요한 부분을 해결하는데는 요긴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 유리가 깨진 음식점 문에 소비쿠폰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종원 기자ⓒ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소비쿠폰을 마냥 좋아라 한 것은 아니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돈이 우리에게 도움이야 되겠지만, 이거 다 결국 아들이 벌어서 세금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라에서 빚내서 주는 거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받아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그들에게는 쓰고 없애야 하는 소비쿠폰도 좋긴 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데 일해서 용돈이라도 벌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남편은 아파서 움직이질 못하고, 내가 아직 움직일 수 있으니 용돈하고 반찬 만들 돈이라도 벌려고 폐지줍는 일을 하는데, 보통 하루 6~7천원 벌어요. 1kg에 40~50월 주거든요.”

할머니는 강북 지역 일대를 매일 돌아다니면서 폐지를 줍는다고 했다.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생활에 도움이 되니까 하는 거라고 하는 67세의 할머니. 나라에서 주는 소비지원금이 생활에 도움은 되지만, 자신이 아직 일할 수 있으니 벌겠다는 의지를 가진 할머니.

일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공짜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환호하지도 않는다. 돈보다 일자리를 주는 편이 이런 분들에게는 훨씬 행복한 삶의 길을 열어주는 것일 것이다.

물론 이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소비쿠폰 같은 대국민 지원금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기자는 폐지 줍는 할머니가 들렀던 청과물 가게에서 바구니에 담긴 큼직한 자두 1만 원 어치를 사면서 주인에게 소비쿠폰 이후 장사가 좀 되냐고 물었다.

청과물 가게 사장은 “그럼요. 얼마전 비도 많이 왔고, 여름 휴가철이기도 해서 장사 안 될 수 있는 시기인데, 소비쿠폰 덕에 그래도 좀 손님이 있네요. 그렇다고 매출이 아주 많이 오른건 아니고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기자는 주말 가족모임을 위해 귀가 길에 정육점을 지나며 고기를 진열 중인 사장님에게 소비쿠폰 이후 장사에 도움이 되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럼요, 늘었죠. 도움이 됩니다. 20% 정도 매출이 늘어난 거 같아요."

대한민국 서민 중 하나인 기자도 소고기는 비싸서 못 사고 대신 삼겹살을 사면서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에게 밥과 고기를 달라, 그리고 일자리를 주면 더 좋다.’

이번 1차 소비쿠폰을 받으면서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겠지만, 그런 마음도 큰 것으로 보였다.

9월22일부터 2차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고 90% 국민에게 지급한다. 100%의 사람을 항상 끝까지 만족시키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시기에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일은 가능하다.

어차피 세금 풀어서 그리고 국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진행하는 소비쿠폰 지원금 지급이라면, 좀 더 운용의 묘를 살리는 정책당국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소비쿠폰의 재원인 세금은 권력자와 공직자들의 개인 주머니 돈이나 ‘공(空)돈’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민이 눈물과 피땀 흘리며 벌어들인 산물에서 가져간 ‘공(公)돈’이기 때문이다.

맹세희 기자 m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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