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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외식업계 M&A 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소비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고,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유통·외식 분야에서 대형 M&A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초록마을, 노랑통닭 등 주요 유통·외식 기업들이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장 위치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와 수익성 둔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현재 유통 M&A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례다. 전국에 다수의 점포를 보유한 대형마트로서 고용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도 높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지난달 실시한 1차 공개경쟁입찰에서 참여자가 나타나지 않으며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재차 연장했지만, 인수자가 끝내 등장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 폐지와 파산·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과거 사모펀드 인수 당시 차입매수(LBO) 구조로 인해 고정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된 점이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인수 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주기 어렵다는 점도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기업 초록마을 역시 매각 시장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록마을은 전국 약 250개의 직영·가맹점을 운영하며 한때 친환경 소비 트렌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비용 구조 개선과 점포 효율화가 과제로 떠올랐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매각 방식을 스토킹호스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예비입찰 단계에서 일부 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입찰에서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노랑통닭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랑통닭은 올해 해외 투자자와 매각을 논의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단계에서 가격 협상이 결렬되며 거래가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관리 부담과 로열티 구조, 치열해진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경쟁이 기업가치 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수 중심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외식업 전반에서 매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눈높이를 낮추거나 구조 개선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는 한 거래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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