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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전 수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5월7일 규모 26조 원의 사업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원전의 우수성이 입증돼 제3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에 전 국민이 기뻐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한수원은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합의문’을 작성했다. 그런데 한수원 측이 ‘굴욕적 내용’으로 계약을 한 것이다. 향후 50년간 원전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 측에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어치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과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로열티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수원은 최소 2조 원 이상을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해야 하며 실질 수입은 적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여기에 한국 측의 원전 수주 대상국을 제약하면서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와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영국·일본·우크라이나 시장 등에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한전은 중동·동남아시아·남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신규 수주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책임자 문책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자초지종을 명쾌히 규명하고 관계자는 엄중 문책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럴 때일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원전 사업을 손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굴욕 계약 논란을 만회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오길 기대한다. 한수원 측은 시공능력이 뛰어난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와 북미 시장 등에 공동 진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원자력 발전의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높은 경제성과 친환경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0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태양광 발전보다 적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매우 긴 호흡의 정책이어야 한다. 즉 소재·전기·전자·화학·건축·기계 등의 영역에서 진전이 있어야 생산성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책 에너지경제연구원 같은 전문 기관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구성하면 평소 15% 안팎인 전력 예비율이 6.4%까지 떨어져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국제 기후변화 대응 협약인 파리협정에 따르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올해 안에 ‘2035년 NDC’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천연가스나 석탄을 줄이고 비싼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늘어 결국은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 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은 109원으로 월등히 비싸니 한전의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탈(脫)원전을 외치던 EU 등도 에너지난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커지자 속속 친(親)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산업과 환경, 국민 부담 경감 등을 두루 살펴 원전 생태계 발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긴 호흡으로 추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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