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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길어지자 유통가가 5000원 이하 초저가로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섰다. 다이소가 ‘균일가’로 길을 닦았고, 대형마트·편의점까지 가격 역설계(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정한 뒤 원가·유통·패키지를 거꾸로 맞추는 방식)로 대응하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PB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를 론칭해 880원~4980원 전 상품 5000원 이하를 내세웠다. 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매입으로 물량을 키우고, 포장·용량 최적화로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1차로 전국 370여 개 점포에 162종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250종까지 확대한다. 실제로 카놀라유·해바라기유 등 식용유는 출시 직후 약 1만5000개가 팔렸고, ’5K프라이스 저온살균우유‘ ’5K프라이스 수입 냉동 대패 목심‘도 각각 7000개, 10톤가량 판매됐다.
이마트는 ‘고래잇 페스타’ 등 공격적 가격 행사에 힘입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4조2906억 원, 영업이익 15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반짝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상시 초저가 PL로 재방문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뷰티도 저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손잡은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각 4950원)는 누적 판매 7만5000개를 넘겼고, 10월까지 진열 공간을 3배로 늘린다.
롯데마트는 5000원 이하 뷰티 매대를 45점으로 확대했다. 델리 ‘요리하다 월드뷔페’는 3990원·4990원 균일가로 운영하며 ‘점심 1만 원 시대’의 대안을 제시했다. 롯데마트·롯데슈퍼 통합 소싱과 반제조(세미레디) 도입으로 원가를 낮춘 결과, ‘월드요리’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 정책의 원조 격이다.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28년째 균일가를 유지하며 지난해 매출 4조 원에 육박, 영업이익률 9%대로 ‘가성비 표준’을 세웠다. 최근엔 화장품·건기식까지 품목을 넓혀 10~30대의 ‘가벼운 지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편의점도 가세했다. GS25는 9월부터 500여 점포에 건강·뷰티 ‘카테고리 킬러형’ 매대를 도입, 뷰티 평균 가격대를 3000원대로 맞춘다. 무신사·손앤박 협업 제품은 출시 초기 대비 매출이 300% 이상 증가했다. 즉석밥 번들 ‘혜자백미밥’(개당 1000원)은 마케팅·물류 효율화와 마진 축소로 ‘반값’을 구현해 즉석밥 톱3로 진입했다.
CU는 종근당·동화약품 등과 손잡고 5000원 이하 건강기능식품 11종을 내놨으며, 화장품 매출의 10·20대 비중이 66%를 넘는다.
온라인 변수도 크다. 쿠팡은 연결 매출 38조 원을 넘기며 대형마트를 추월했고, 알리익스프레스는 ‘1000원 마트·5000원 미만 상설관’으로 초저가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오프라인 체험 강점)과 초저가 가공식품 PL을 결합해 오프라인 회복을 노린다.
시장에서는 ‘5000원’이 더 이상 숫자가 아니라 소비자 심리에 작동하는 체감가의 기준선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유통사의 경쟁력은 가격 인하 자체가 아니라, 오프라인·온라인 유통망과 제조 협력, 글로벌 소싱 역량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초저가 상품 전략은 유통사들의 필수 대응 과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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