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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과 기피, 환자 불신을 풀 해법은 의사와 환자 모두를 지키는 예방과 안전망 구축에 있다.
지난 정부에서 의료개혁특별의원회 논의 사항 가운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 있어 관심이 갔다. 문장 그대로만 보았을 때 환자 안전과 관련이 있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뉴스와 신문에서 접하는 의료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 안전이 수시로 무시되고 의료분쟁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돌려보내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변화’ ‘완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빠졌는데 이게 왜 ‘안전망 구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참 아이러니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알맹이가 빠진 의료개혁특별의원회는 사실상 종료됐다. 복지부는 의개특위를 정리하고 새로운 의료개혁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새 조직은 지역의료, 초고령사회, 요양-돌봄-AI 기반 의료- 그리고 필수 공공의료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새 의료개혁추진단이 과거 의개특위가 실패한 지점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인데 △필수의료 위기 △의료사고 분쟁 △의대 증원 문제다. 이들 문제 모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붕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신뢰 없이 제도만 만든다면 ‘구호만 외치는 정책'이 될 것이다.
특히 필수과 기피 현상은 의료개혁의 시급한 난제다. 외상외과와 소아과 등은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보상, 그리고 의료사고 시 과도한 형사 책임이 결합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외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저출산 시대에 분만 환경은 국가의 존망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산부인과 현주소가 어떠한가. 분만 병원을 찾기 힘들고 처음부터 다니던 병원이 아니면 응급 시 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한다.
새로 출범하는 의료개혁추진단은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받고, 의사는 불가항력적 사고가 났을 때(또는 불가항력적 사고라고 미필적으로 우길 때)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수술은 공포로 다가올 것이고 어려운 과는 기피하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피부과만 성형외과만 선택하는 구조로 굳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결국 의사들은 방어 진료, 책임 회피, 사명감은 개나 줘버리라는 심정으로 뻔뻔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사와 환자 갈등은 소통이 아니라 소송으로 바뀌는 상황은 제도로 중층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려면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무과실 불가항력 보상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지만 보상 범위와 한도가 여전히 제한적이다. 더 두터운 안전망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사들은 환자 앞에서 숨기지 않고 설명할 수 있고 환자는 소송이 아닌 제도적 보상을 통해 울분을 풀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예방’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의료사고 안전망은 대부분 사후 처리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진짜 안전망은 환자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료진이 과도한 업무 속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서 출발한다. 예방 없는 안전망은 이름뿐인 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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