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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생성형 AI 열풍 이후 AI가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웬만한 기업들은 다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됐다.
통신 업계도 AI 전환을 시도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탈(脫)통신’이 통신 업계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탈통신 기조가 통신 품질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동 통신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 산업이기 때문에 특히 우려가 컸다. 단순히 기업이 주력 사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는 통신 속도나 통화 품질 또는 높은 통신비에 비해 떨어지는 서비스 만족도 등이 주로 지목됐다.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친다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할 때 몇 초 더 기다려야 한다거나 영화를 다운받을 때 더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를 주로 고려했지 개인정보가 통째로 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해킹 사태로 드러난 통신사들의 실태는 파멸적이다. SKT에선 유심 정보가 유출됐고 KT의 경우엔 실질적인 금전적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보안 관리를 얼마나 허술하게 하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유심 인증키 암호화 미비 △내부망 접근 통제 허술 △장기간 보안 취약점 방치 등을 지적받았고, KT는 불법 기지국이 있는지도 몰랐으며 기지국 비밀번호로 ‘0000’을 사용하는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통신사들이 폼을 잡는 동안 고객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더 우려되는 점은 AI 산업에서도 보안 역량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 시대가 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 사기 등 다양한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으며 AI 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보안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AI 산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처럼 허술한 보안 체계를 갖춘 기업이 AI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그 서비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고 어느 정도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기업들이 보안 투자에 소홀한 이유로는 수익성이 꼽힌다. 보안 투자가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돈이 되는 분야에 예산이 더 쏠리는 것이다.
특히 통신 3사는 이미 수익성을 이유로 신뢰를 내팽개친 전적이 있다. 5G 도입 당시 LTE보다 20배 빠른 통신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음에도 실제 속도는 광고한 속도에 한참 미치지 않거나 정부와 약속한 기지국 수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량만 건설했다.
통신 업계에서는 약속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투자할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고객과 정부에게 한 약속을 돈 때문에 어겨도 된다고 대놓고 말하면서도 문제를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해킹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도 통신사들은 계속 AI 전환을 추구하고 AI를 활용할 서비스도 내놓을 것이다. 보안 역량도 없고 양심도 없는 기업이 내놓는 서비스가 과연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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