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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배우 출연료를 회당 최대 4억 원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업계 전체에 파장이 일었다. 콘텐츠 제작비에서 배우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오랜 논쟁거리였지만 이렇게 수치를 명시해 규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연예인의 고액 수입은 대중의 정서와 자주 충돌한다.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사고팔며 막대한 차익을 얻는 연예인의 재산 증식은 일반인의 현실과 괴리를 만들고 이로 인해 거센 여론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격차에 있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더라도 주연과 조연, 단역 간의 개런티 차이가 너무 크고 이로 인해 조연과 단역 배우들은 긴 촬영에도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현실에 직면한다. 이런 구조에서 과연 출연료 상한제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출연료 하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개런티의 상한을 논하기 전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주류 배우들에게 기본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영화계도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으며 상당수 배우가 작품의 방향성과 의도를 고려해 개런티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톱배우일지라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면 스스로 몸값을 낮추고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연료는 단순한 출연 시간의 대가가 아니라 책임과 기대, 성과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지표다.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한다는 발상은 창작의 생리를 무시한 접근일 수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은 정해진 틀로 흘러가지 않는다. 창작은 실험이고 예술은 도전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하는 것이 이 산업의 본질이다. 특히 지식재산권 저작물(IP), 즉 이미 다른 형태로 세상에 나온 저작물 기반의 프랜차이즈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지금, 오리지널 콘텐츠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과감한 투자가 동반되지 않으면 창작은 정체되고 산업은 획일화된다.
상한선은 이 같은 시도마저 가로막는다. 일정 금액 이상을 받는 배우가 출연할 수 없다면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산된다. 이는 단순히 배우 한 명을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가능성을 아예 지워 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체 가능한 배우를 찾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으나,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스타 배우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시장은 이름값이 아니라 신뢰를 사고 싶어 한다.
해외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마블 시리즈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6억 달러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았다. 이는 그의 인지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대비 넉넉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타 배우는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산업의 파트너다.
문제는 고액 개런티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창작의 생태계를 획일화하려는 규제의 시도에서 비롯된다. 숫자로 창작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실험은 멈추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규제가 창작의 자유를 대신해선 안 된다. 문화산업의 본질은 유연함에 있다.
콘텐츠의 가치는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도 속에서 탄생한다. 창작의 시장은 상한이 아니라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진짜 위협은 과한 보상이 아니라 보상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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