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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전 씨는 대구에서 열린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며 소동을 벌여 논란을 일으켰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8일 긴급 지시 메시지를 통해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며 “혼란을 불러일으킨 전 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는 향후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날 회의를 열어 전 씨에 대한 행사 및 업무 방해를 이유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출입 금지 통보를 받은 전 씨는 “언론인으로 입장 자격이 있다”며 “만약 금지한다면 언론탄압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실제 전 씨는 책임당원이나 선거인단이 아닌 일반 당원이지만,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기자석에 앉았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연설 도중 당원석으로 달려가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일부 비윤계 후보 연설 중에는 의자 위에 올라 주먹을 들어 올리다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 간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소란이 이어졌다.
안철수·김근식 등 당권 주자들, 전한길 강력 비판
선관위, 11일 임시회의 열고 재발 방지책 논의 예정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전한길 논란에 대해 당무 감사를 실시하고 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오후 “전한길 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윤어게인 세력이야말로 진짜 ‘배신자’”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전대 선관위)는 11일 임시회의를 열고 ‘전한길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 사무처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받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전 차단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행사 출입 비표 관리 재점검과 당원 교육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전당대회 관리는 선관위 소관”이라며 비대위의 징계 착수에 반발했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출입 금지 조치는 당 차원의 결정이며, 선관위는 비대위의 하위 기구이므로 지도부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과잉 대응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8일 전당대회 현장에 있었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한길을 둘러싼 왜곡된 프레임은 현장의 실제와 전혀 다르다”며 “직접 지켜봤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 세력이 단편적인 장면만 부풀려 마치 조직적인 난동이 있었던 것처럼 포장했다. 이는 단순한 오보를 넘어 의도된 정치공작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전당대회장은 다양한 후보 지지자들이 뒤섞여 고성을 주고받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 연설 때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다소 거친 장면이 있었지만, 특정 후보 지지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전한길을 겨냥한 ‘친윤 프레임’ 씌우기는 현장의 복잡한 역학과 다양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정쟁용 소재로 소비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는 당의 향후 노선과 정책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이어야 한다”며 “왜곡 보도와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는 본질을 흐리고 국민에게 피로감만 안긴다. 정치가 스스로를 소모전에서 구해내지 못한다면 당의 혁신도,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함께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가 당내 혁신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자꾸 거론되는 것은 국민의힘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혁신의 기회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일부 친윤계 인사와 지지층이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을 지우려 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논리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과 부산시 교육감 선거 모두 참패했다”며 “이는 탈당 이전에 이미 나타난 현상으로, 윤 전 대통령 배제 여부와 무관하게 민심 이반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여론조사 표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층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는 ‘과표집 현상’이 보인다”며 “보수층이 여론조사 참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기 부끄럽다는 심리도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설문 응답자 중 진보 성향이 유난히 많이 잡히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보수층 상당수는 ‘윤석열 지지자’로 보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조사 전화를 받아도 응하지 않거나,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전당대회는 당의 노선을 점검하고 쇄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라며 “과거 인물에 발목이 잡힌 상태로는 새로운 비전 제시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혁신을 원한다면, 윤 전 대통령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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