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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출’에 이재명 대통령이 응답한다.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직후, 이 대통령의 8월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이 전격 추진되면서 한미동맹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외교전이 예고됐다.
공식 문서 없이 이뤄진 구두 합의,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는 농산물·쇠고기 문제,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과 공격적 협상 방식 등,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전반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기자가 만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금의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전방위적 압박과 구조적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북한·러시아의 협력은 단순한 전술적 공조를 넘어 사실상 전략적 연대의 초기 단계로 진입 중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전술핵과 장거리 미사일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압박 수위를 높이며, 미국 기지 타격 시나리오까지 연습 중이다.
동아시아는 지금 ‘이중 전구(Double Theater)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중 전구란 미국이 대만해협과 한반도라는 두 개의 충돌 지점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전략적 부담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분산시키고, 한국과 일본을 ‘분할–고립–전개’의 악순환 구조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 한국은 휴전선이라는 자국 안보의 벽에 갇혀 있고, 미국 역시 두 전구에 동시 개입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한반도가 더 이상 단일 위협 전구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명확하다. 바로 ‘동맹의 현대화’다. 미국의 국방 전략과 외교 노선이 ‘중국 봉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한 미군의 임무 역시 변화하고 있다. 북한 억지에서 인도·태평양 전구 전반, 특히 대만해협 대응까지로 역할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한반도는 그 전환의 정면에 서 있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주한 미군이 한반도 밖, 혹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기동·배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동맹 조정이 아니다. 자칫하면 한반도가 ‘대(對)중국 최전선’으로 끌려가는 지정학적 덫이 될 수 있다. 이는 전략적 자율성과 국방 주권에 대한 중대한 시험이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초청’이 아닌 ‘호출’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프레임을 짜 놓고, 이재명 대통령을 그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를 “트럼프의 윤리적 교란전”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상대의 취약점을 도덕적 프레임으로 포장해 여론과 정치 구도를 교란하는 데 능하다.
이 대통령에게는 형사적 리스크와 정치적 원죄라는 약점이 존재하고, 트럼프는 이를 레버리지 삼아 ‘법치’ ‘시장경제’ ‘반중’이라는 미국식 신보수주의 가치를 강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동맹의 현대화’는 무역 협상이 아니라 미국식 세계 질서에 대한 정치적 굴복 요구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념형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적 기회주의자에 가깝다. 그런 그가 국내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해야 하는 ‘이중 협상’의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회담이 대한민국의 외교 주권과 안보 전략의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한국은 주한 미군의 역할 확대를 협상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주한 미군이 북핵 억지를 넘어 대만 사태 대응까지 포괄하게 된다면, 이는 더 이상 단순한 방위비 분담의 문제가 아니다. 주한 미군의 위상과 전략적 가치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며, 한국도 이를 근거로 ‘전략 기여도’ 기반의 새로운 분담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자주 국방’ 기조와도 맥이 닿는다.
아울러 한국은 한미동맹의 미래상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면 재검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처럼 주한 미군의 작전 반출이나 무기 운용에 대한 ‘사전협의제’를 요구하는 제도적 보완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주한 미군이 대만 유사시 자동 출동하면 한국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전략무기 반입은 북·중을 자극해 역내 군사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 외교 자율성과 국방 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한 미군의 작전·무기 운용에 ‘사전협의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한반도가 미·중 충돌의 전장이 되는 일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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