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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실업급여) 제도의 개혁이 요청된다. 고용보험 제도가 반복 수급을 방조하면서 사실상 ‘실업자 생계유지 장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실업급여는 일시적인 실업 상황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구직급여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 기금이 바닥을 드러냈고 적자 상태다.
고용보험 기금은 2021년부터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 및 경기 침체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현재는 실질적인 잔고가 바닥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고용보험 기금 잔액은 약 7조8000억 원이지만, 10조3000억 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차입금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고용보험 기금 잔액은 마이너스 상태다.
고용보험 기금 고갈을 부추긴 주요 원인은 최저임금이다.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도덕적 해이는 불 보듯 훤하다. 6개월 일하고 태업하며 해직을 유도한 뒤 4개월 놀고 다시 6개월 일하는 ‘얌체족’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오죽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구직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돼 기금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냈겠는가.
예컨대, 이런 ‘사각지대’로 인해 동일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며 21차례나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실 구직활동 적발 사례는 2022년 1272 건에서 2023년 7만1000여 건, 지난해 9만8000여 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7월 기준으론 5만2223 건에 달했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기준 기간 18개월 중 180일만 근무하면 수급 자격이 생기고 수급 횟수나 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설상가상 실업급여 상한액이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실업급여 상한액을 역전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의 개정안 핵심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1만320 원)에 따라 연동되는 구직급여 상한액을 올해 6만6000 원에서 내년 6만8100 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2026년부터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일 6만6048 원으로 상향되는데, 현행 상한액(6만6000 원)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한액을 올린 것이다. 문제는 고용보험 기금 고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실업보험 지출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비율은 0.5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6위다. 평균(0.36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본은 0.2%에도 미치지 않는다. 방만한 기금운용과 일부 실업급여 수령자들의 도덕성 해이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실업급여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보험 재정의 누수를 가져오고 정당한 수급권자나 사회취약계층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다. 따라서 실업급여의 하한을 현실화하고 상한액을 상향하는 ‘소득 비례 구조’ 개편이 요청된다. 특히 5년 이상 피보험 기간을 가진 가입자에 대해선 수급기간을 늘리고 상한액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기 반복 고용을 양산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보험료율을 높이는 ‘경험요율제’ 도입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업급여 제도의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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