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남북, 국제정치적으로 두 국가…변화의 초점은 ‘적대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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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두 국가론을 ‘두 국가’로 ”평화공존 3원칙 재확인
동서독 기본조약 모델로 남북기본협정 추진“평화공존 필요”
안보실 “두 국가 인정 안 해”와 온도차, 북한인권센터 재검토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4 18:01:25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과 북은 유엔 동시 가입 이후 국제법·국제정치적으로 두 국가였고 지금도 두 국가”라며 “변화의 초점을 ‘적대성 해소’에 둬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통일부와 북한연구학회가 연 ‘북한의 2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 환영사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과 지난 8·15 경축사에서 거듭 천명한 ‘평화공존 3원칙△북한 체제 인정·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부는 이 3원칙을 토대로 남북 평화공존과 신뢰 회복, 관계 정상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공식 태도와의 미세한 결 차도 드러났다. 같은 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사실상의 두 국가’ 언급이 자칫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듯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의 제도적 기반으로 ‘남북기본협정’ 체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사례로 들며 “서독은 조약을 통해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했지만, 동독을 ‘외국’으로 보진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며 “동서독이 걸었던 평화의 경로를 되새겨 남북 간에도 평화공존의 새로운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남북기본협정 추진 구상이 담겨 있다.

북한 인권 정책 방향도 손본다. 통일부는 내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던 ‘국립북한인권센터’의 명칭과 전시 방향 등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이라는 정책 기조에 따라 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점검 중”이라며 “센터의 명칭·기능·역할 전반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윤석열 정부 시절(2023년)부터 상징적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정 장관은 아울러 “지난 3년의 변칙 사태로 ‘적대적 두 국가론’이 공고화됐다”며 “이를 청산하는 일이 새 정부에 주어진 과제”라고 전임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면 평화공존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 등을 통해 ‘통일 불필요’와 ‘두 국가’ 기조를 헌법 반영까지 예고하며 대남 단절을 공식화한 상태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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