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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 산모와 신생아가 몸을 의탁하는 산후조리원이 오히려 소비자를 옥죄는 약관으로 돈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 해제 시 과도한 위약금, 감염 책임 회피, 온라인 후기 작성 제한까지 전방위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52개 산후조리원의 이용약관을 심사하여 계약 해제·해지 시 위약금 부과 및 사업자 책임, 부정적 이용 후기 제한 등 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산후조리원 33곳은 계약 해제·해지 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었다. 입실 예정일 3개월 전 취소에도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기본 서비스 기간을 6박 7일로 정해 그 이전 퇴실은 환불 불가로 규정했다. 반대로 조리원 귀책 시에는 단순 환불에 그쳐 표준약관이 정한 ‘배액 배상’ 원칙을 무시했다.
감염 책임을 회피하는 조항도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37곳은 “산후조리원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감염에 책임이 없다”거나 “명백한 과실 입증 시에만 배상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산모와 신생아가 감염에 취약하고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7곳은 아예 ‘후기 작성 금지’ 조항을 뒀다. 조리원과 관련된 글을 SNS에 올릴 수 없다고 제한하거나, 부정적인 후기를 올릴 경우 계약비용의 30%를 위약금으로 물게 했다. 이는 사실상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선택권을 빼앗는 조항이다.
25곳은 출산 예정일이 바뀌어 병원 병실에서 대기하거나 대체 시설을 이용한 경우 차액을 돌려주지 않았다. 36곳은 휴대품 분실·도난 시 사업자 책임을 전면 배제했다.
산후조리원은 저출산으로 시설 수는 줄었지만 이용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2018년 75.1%였던 이용률은 2024년 85.5%로 상승했다. 하지만 선호도는 75.9%에서 70.9%로 떨어졌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 상담은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440건. 주로 계약 해제 거부 과도한 위약금 청구, 불이행 등이었다. 최근에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감염 피해 사례나 후기 제한 논란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직권조사 과정에서 한국산후조리원협회와 업계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표준약관에 맞춘 개선을 요구했다.
주요 시정 내용은 △입실 예정일까지의 잔여 기간, 이용 기간, 소비자의 귀책 여부 등에 따라 합리적인 환불 및 배상 기준이 적용되도록 개선 △감염 관련 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 사업자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시정 △후기 작성 제한 및 위약금 부과 조항을 삭제하여 불공정성을 해소하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시정된 약관의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소규모 조리원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해 자율 개선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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