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성장 그늘… 노동 현실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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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제도 보완·노동권 강화 촉구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2 17:23:26

▲ 국내 OTT 시장의 위기와 제작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짚으며 지속 가능한 K콘텐츠 산업을 위한 제도적 보완과 노동권 강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기헌 의원실

국내 OTT 시장이 글로벌 플랫폼 의존 심화와 제작 노동 현실 악화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노동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언론개혁시민연대, 엔딩크레딧,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이기헌·이용우 의원 공동 주최로 ‘K영상콘텐츠산업과 노동 진단, K콘텐츠 강국은 가능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콘텐츠 산업의 외형 성장과 달리 현장 노동자의 처우는 악화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발제를 맡은 이민 한양대 교수는 K영상콘텐츠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매출과 수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노동자의 근속 연수는 짧아지고 고용 안정성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20년대 들어 K콘텐츠 수출액은 13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장 노동자는 여전히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산업 성장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유지하려면 노동권 보장과 제도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글로벌 OTT 종속 문제도 언급했다.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과 협력하고 있지만 지적재산권과 수익 배분 구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평등 계약이 지속되면 산업 전체의 자생력이 떨어진다”며 “공정 계약 체계를 마련하고 정부 차원의 협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제작 현장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노동권 보장은 K콘텐츠 성장의 최소 조건”이라며 “근로 기준 준수와 처우 개선 없이는 양질의 콘텐츠도 없다”고 밝혔다.

김상현 한국영상학회 부회장은 “글로벌 OTT와 협상할 때 제작 노동자의 권익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 계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용수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근로조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제작 스태프 상당수가 특수고용 형태로 분류돼 법적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며 “노동시간 상한제와 안전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재해와 과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유리 엔딩크레딧 대표는 노동자의 지위 문제를 짚었다. 그는 “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제작 스태프는 그 과정에서 소외됐다”며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창작자가 존중받는 구조에서만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노동권 보장 없이는 K콘텐츠 강국도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정부 차원의 제도 개입 △공정 계약 체계 마련 △노동시간 준수 △안전 대책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 많던 콘텐츠 제작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산업 성과 뒤에 가려진 노동 현실을 조명하며 K콘텐츠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시급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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