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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UN)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이후 석 달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이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출국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조승래 사무총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차석 등이 배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에 도착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 미 상·하원 의원단 접견을 시작으로 3박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23일에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한국의 민주주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평화 구상과 국제사회 기여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토의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다.
이 대통령은 출국을 앞두고 가진 BBC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문제 해법으로 ‘핵·미사일 동결’을 제시했다. 그는 “핵동결은 일종의 잠정적 응급조치이자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며 “장기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현 상태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는 것은 분명히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일정한 신뢰를 쌓은 만큼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라는 개념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며 “우리에게 비핵화는 위헌행위와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핵은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자 헌법에 명기된 권리”라며 “제재 해제를 대가로 하는 협상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는 부정하면서도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대화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언급, 북·미 대화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핵동결론’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종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가 생존의 위협이라는 차원에서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 군축을 언급하는 순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제하는 것”이라며 “만약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비핵화 실패 시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라고 지적했다.
장호석 군사평론가는 김 위원장의 최근 메시지를 두고 “사실상 대남·대화 거부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일성이 무력통일 전략 실패 후 간접전략으로 선회했고, 김정일이 이를 계승했으나 김정은은 다시 무력통일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자신감을 얻은 상태라 협상 테이블에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평론가는 미군과 동맹국의 전력 배치에도 주목했다. 그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서방 15개국 이상 해군 전력이 일본에 집결했고, 영국 해군은 항모 전단을 포함해 8개월간 주둔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단순 훈련이 아니라 사실상 전쟁 준비 단계”라고 해석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언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 본인의 발언, 또 하나는 군사력 배치라는 행동 언어”라며 “발언은 변동성이 크지만 군사력 운용은 일관되게 대북·대중 압박 기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직접 충돌하기보다는 북한을 압박해 북·중·러 연대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며 “군사적 준비는 이미 상당 부분 완료됐고, 단기적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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