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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작전의 중추 역할을 해온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10년 만에 대대적인 성능 개량에 돌입한다. 2015년 전력화 이후 첫 전면 개편으로, 2029년 완전 전력화를 목표로 총 1178억 원이 투입된다.
5일 군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전날 “전작권 전환 이후 우리 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AKJCCS 성능개량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내 참여 업체를 선정해 개발을 시작하고,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한미 연합의 신경망’으로 불리는 AKJCCS(Alliances of Korea Joint Command and Control System)는 한반도 전구에서 한미 양국군이 공동 작전을 수행할 때 사용하는 지휘통제체계다. 매년 실시되는 ‘을지 프리덤 실드(UFS)’ 연습에서도 핵심 시스템으로 활용돼 왔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이 체계는 그간 미군의 글로벌 정보 교환 체계인 CENTRIXS-K와 연동되지 않아 실전 상황에서 미군 증원 전력과의 실시간 작전 조율에 한계를 노출해 왔다.
이번 개량 사업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신기술로 무장하는 ‘신규 개발 수준’으로 진행된다. 주요 개량 항목은 △클라우드 기반 센터 서버 및 데스크톱 가상화(VDI) △AI 기반 자동화 기능 탑재로 실시간 작전 분석·결정 지원 △자동 통번역 시스템 및 원격 화상회의 체계 구축 △국방 사이버보안 위험관리 제도(K-RMF) 전면 적용 등이다.
특히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실시간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되는 자동 통번역 시스템은 연합작전의 협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AKJCCS는 오랫동안 보안 취약성 문제로 인해 미군 측에서 CENTRIXS-K와의 연동을 거부해왔다. 미국은 “한국군 시스템의 보안 수준이 미흡해 군사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한국군은 K-RMF 체계를 기반으로 미군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연동 추진은 △20252026년 보안 시스템 개편 및 K-RMF 적용 △20262027년 미군의 보안 검증 및 승인 절차 △2027~2029년 연동 시스템 개발 및 단계적 시험 적용의 3단계 절차로 진행된다.
방위사업청은 “완전한 연동(100%)은 어려울 수 있으나, 핵심 기능 연동(약 70%)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무기체계 개발 초기 단계부터 K-RMF를 적용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그간 보안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측과 예방 중심의 개발 체계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개량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무기체계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며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도적으로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AKJCCS 성능개량은 단순한 체계 업그레이드를 넘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독자적인 연합작전 지휘 능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는 기존의 미국 주도 작전구조에서 한국군 중심 지휘구조로의 구조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로, 한국군이 동맹군과 대등한 파트너로서 작전계획을 주도하고, 실시간 지휘와 정보 판단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2029년 개량이 완료되면, 북한의 도발이나 한반도 전면전 등 고강도 위기 상황에서 한미 양국군이 서로 다른 시스템·언어·문화 장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작전을 동기화할 수 있는 지휘통제 역량이 확보된다.
자동 통번역 시스템은 지휘관 간 의사결정 지연을 줄이고, AI 기반 자동화 분석 기능은 다양한 위협 시나리오에 대한 신속한 대응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클라우드 기반 서버는 병력·무기·탄약 배치 현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장 가시성도 제공한다.
이러한 체계 개편은 한미동맹의 ‘기술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수준을 본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지금까지는 훈련 중 제한적으로 공유되던 정보가 주를 이뤘지만, AKJCCS가 CENTRIXS-K와 연동되면 실전 상황에서도 자동화된 실시간 정보 교환과 명령 실행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경우, 지금은 한국군이 탐지한 정보를 연락장교를 통해 미군에 수동 전달하거나 이메일·전화 등 비효율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연동 체계가 구축되면, 탐지 즉시 정보가 CENTRIXS-K로 공유되고,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나 이지스함이 자동으로 경고를 수신해 요격태세에 돌입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미군 전력(예: 항공모함 전단, 전략폭격기, 해병 원정군 등)이 주한미군 또는 한국군 지휘소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수신할 수 있어, 실제 전장 상황에서도 작전 지연이나 혼선 없이 통합 전투력 운용이 가능해진다.
전장 지도상에서 실시간 전투상황이 한미 공동 플랫폼에 동시 업데이트되고, AI 분석 시스템이 각 전선의 위협 우선순위를 판단해 지휘관에게 최적의 명령 옵션을 제시함으로써, 한미 양국군은 사실상 ‘하나의 전투지휘체계’를 공유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CENTRIXS-K는 NATO 기준의 군사기밀 통신망(Military Secret-grade Network)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AKJCCS가 이에 맞춰 보안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연동 승인을 받는 것은 기술적·전략적 측면 모두에서 ‘완전한 연합작전’의 전제조건이다.
즉, 두 체계의 연동은 단순한 ‘메신저 연결’이 아니라, 작전 판단→정보 획득→무기 운용→명령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통합하는 것으로, 이는 전시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국과 지휘와 책임을 함께 나누는 동등한 파트너로 기능하게 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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