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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북·미 대화 통로 복원에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발굴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간) 말했다. 켈리 맥키그 DPAA 국장이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이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소통 채널 복원에 열려 있다고 낙관한다”며 “우리 DPAA 임무(유해 발굴)가 절호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중국 관계 강화와 러시아·북한 밀착이 가시화되는 등 탈냉전 30여년을 지탱한 세계 질서가 크게 변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려야 할 절박한 요인도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인정된 전당대회를 비롯해 취임 이후 트럼프가 계속 대화 채널을 되살리려는 뜻을 표명하며 물밑 작업을 지속했으나 북한 측이 일체 상대하지 않았다. 이번에 DPAA가 인도적 사안을 내세워 북한과의 접촉을 적극 시도하는 것 또한 트럼프 의지의 강한 반영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집권 1기의 트럼프와 싱가포르에서 만난 1차 정상회담 때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수습 협력을 약속했고 그해 8월 미국에 유해 상자 55개를 전달했다. DPAA에 따르면 건네받은 상자 내용물이 총 250명 유해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식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102명의 미군 신원이 확인됐으며 한국군이라고 추정된 약 90명 유해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회담의 기획·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정부를 향해 김정은 남매가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등 남북·북미 관계 경색으로 유해 발굴도 중단된 상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 측에서 비핵화를 언급하는 한 북·미 회담은 없다’고 강하게 말한 것에 대해선 이날 맥키그 국장이 “비핵화와 유해 송환은 분리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군 유해 발굴이 “(상호)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와의 협력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이 과거 적국이던 베트남뿐 아니라 현재 대립 중인 중국·러시아와 인도적 차원에서 유해 발굴·송환에 협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군사개입 시작 시점까지 치면 총 20년간 미군 사상자 21만2000, 실종자 1584명, 포로 766명을 발생시킨 베트남전의 경우 실종자 확인이 아직도 이뤄지고 있으며,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도 이런 협력을 진행 중이다. 맥키그 국장은 또 “중국이 관세 문제·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갈등 요인 와중에도 도움을 약속했다”며 “랴오닝성에서 4주일째 한국전 때 전투기 추락 유해 수색 중”인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패권경쟁,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대중·대러 관계가 불펴해졌으나 전사자·실종자 유해 발굴은 마지막 연결고리로 간주돼 온 것이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끊어진 러시아와의 소통 채널 역시 최근 다시 열려 “지난달 러시아의 기록보관소에 다시 (접근을) 허가받아 기밀 해제된 (전사자 유해 관련) 자료들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DPAA 관계자가 전했다. DPAA는 ‘단일염기다형성(SNP)’ 기술을 도입해 발굴된 유해들의 DNA가 오랜 시간이 지나 훼손됐더라도 친족 관계, 신원 확인 등의 정확도 및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북한 측 협조만 얻으면 유해 발굴·송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DPAA는 7일부터 이틀간 알링턴에서 한국전·냉전 시기 전사자 유해 발굴과 관련한 연례 보고회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 전사자 유족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DPAA는 미·러합동전몰자확인위원회(USRJC)를 통해 러시아와 오래 협력해 왔다. USRJC란 소련 해체 직후 1992년 설립돼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실종자 관련 기록을 교환하며 수사·유해회수 활동을 공동 진행해온 DPAA 협력 채널이다.
DPAA는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의 국방부 중앙기록관처럼 방대한 군사기록보관소 접근권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파병된 미군의 실종 경위 파악에 도움을 얻고 있다. 46개국과 협력 중이며 특히 베트남·중국·라오스 등과의 협력 확대를 중시한다. 베트남엔 97개 조사팀과 167개 회수팀을 파견해 유해 발굴과 송환 작업을 진행해 왔다.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35명의 미군 유해 확인’이라는 DPAA 성과를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와 베트남플러스 등에서 주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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