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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조례 94%의 착시… ‘입법 양극화·행정개편 공백’ 갇힌 민선 9기
외형 안정기 진입 불구, 상위법 개정 못 따라간 하락 지자체가 상승의 ‘3배’
통합 ‘전남광주’ 평균 미달, 신설 ‘검단구’ 데이터 누락… “행정개편 리스크”
“실적 위주 입법 탈피하고 실효성 낮은 필수조례는 임의조례로 재설계해야”
박지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7-08 11:44:17
▲ 최근 나라살림연구소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전국 자치단체의 필수조례 마련율은 93.9%로 집계됐다. 전년 조사 대비 1.0%p 소폭 상승한 수치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의 합동평가 제도가 자치단체들의 입법 노력을 꾸준히 견인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나라살림연구소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쳐 7월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지역 사회의 규범 공백을 막기 위한 필수조례 정비가 시급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분석 결과, 전국 자치단체의 필수조례 평균 마련율은 94%에 달해 외형상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듯 보였지만 이는 수치상의 착시일 뿐 실질적으로는 지역 간 입법 양극화가 극심한 데다 최근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규범 공백 리스크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전국 자치단체의 필수조례 마련율은 93.9%로 집계됐다. 전년 조사 대비 1.0%p 소폭 상승한 수치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의 합동평가 제도가 자치단체들의 입법 노력을 견인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평가 기조가 과거의 단순 ‘정비율’에서 자치법규의 실질적 구축 수준을 뜻하는 ‘마련율’로 공식 정착됐다는 점이다. 김민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나라살림연구소가 지속해서 제기해 온 ‘형식적 조례 개정’을 넘어 ‘실질적 자치입법 구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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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아동복지심의위원회 구성·운영’ 조례의 경우, 전국 243개 지자체가 모두 정비를 완료했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 독립된 단행 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 복지 조례 내에 조항으로 편입하는 등 형식은 상이했으나, 상위법의 위임 취지를 실질적으로 충족했다면 모두 ‘마련 완료’로 인정하는 등 실질 중심의 입법 평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지역단위(광역 본청과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합산)별로 살펴보면, 제주특별자치도가 97.7%로 지난 조사에 이어 전국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경상북도와 울산광역시는 90.9%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대전광역시는 전년 대비 마련율을 2.5%p 끌어올리며 순위를 7단계나 높여 3위에 안착한 반면, 경상남도는 변동 없이(0.0%p) 정체 양상을 보였다.
 
광역자치단체 본청만 분리해 분석하면 극적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북특별자치도 본청은 2년 전보다 마련율을 22.6%p나 끌어올린 97.9%를 기록하며, 15위에서 전국 1위로 올라섰다. 강원특별자치도(최하위→5위)와 충남도(16위→6위)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6위였던 경상남도 본청은 올해 15위로 급락했고, 서울특별시 본청 또한 7위에서 13위로 동반 하락하며 희비가 갈렸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자치입법 양극화 현상도 심각하다. 최상위인 경남 통영시(97.8%)와 최하위인 경북 울릉군(83.2%) 간 격차가 14.6%p까지 벌어진 가운데, 상·하위 구간의 지자체 분포에서도 특정 광역지자체로의 쏠림 현상이 관찰됐다. 상위 28개 지자체 중 경기도가 9곳, 경상남도가 7곳으로 조사돼 전체 우수 지역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었다.
 
입법 성과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지자체 간 격차가 뚜렷했다.
 
경기 구리시와 충남 아산시 및 청양군은 2021년 이래 매 조사마다 상위 10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자치입법 역량을 드러냈다. 경기 파주시와 안성시 역시 올해 상위권으로 복귀했다. 
 
반면, 하위 구간의 경우 경상북도 소속 지자체가 50%(7곳)를 점유해 자치입법 환경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서울특별시 3개 자치구(송파·서대문·종로구)가 그 뒤를 이었다. 김민수 책임연구원은 “특히 서울 송파구와 경북 울릉군은 3년 연속 하위권에 통계화돼 단체장의 정책적 관심도 제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위법 개정 흐름을 제때 따라가지 못해 마련율이 하락한 지자체는 39곳으로, 상승 지자체(11곳)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일선 자치단체의 자치법규 모니터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시급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올해 단행된 대규모 행정구역 개편은 필수조례 관리체계에도 새로운 공백 리스크를 안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통합으로 탄생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이번 통합으로 광역지자체 체제는 17개에서 16개로 재편됐으나, 통합특별시 본청의 필수조례 마련율은 94.3%(12위)에 그쳐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거대한 두 개의 광역 지자체가 합쳐진 만큼, 상이했던 자치법규 체계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조례 제·개정이 누락되지 않도록 신속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 측 진단이다.
 
인천광역시의 자치구 재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서구가 서해구와 검단구로 분리되고, 동구·중구 체제가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통합·재편됐다. 현재 신설된 서해구, 영종구, 제물포구는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검단구는 국가법령정보센터상 데이터 누락으로 이번 분석에서 아예 제외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신설 자치구 주민들이 행정 개편 초기 자치입법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신속한 통계 및 시스템 정비가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전국 필수조례 마련율 93.9%라는 수치 이면에는 14.6%p의 지역 간 격차와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입법 공백 위험이 존재한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민선 9기 지방자치의 핵심 실천 방향은 △신임 의원의 조기 현황 파악 및 로드맵 수립 △법무담당 부서의 총괄·점검 기능 제도화 △상위법령의 필수조례 지정 기준 재정비 등 세 가지다.
 
우선, 민선 9기 신임 의원들이 전임 기수의 조례 정비 이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의정활동을 시작하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자치단체장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필수조례 미정비 현황을 주요 업무보고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의회 역시 임기 초반부터 법무 부서와 손잡고 ‘필수조례 정비 100%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조례 정비가 지연되는 지자체의 경우 대개 상위법 개정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서별로 파편화돼 있다는 점 역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기구 설치 조례’ 등에 ‘법무담당 부서의 필수조례 총괄 및 정기 점검 의무’를 명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또한 일부 필수조례는 지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괄적인 위임 탓에 현장 실효성이 극히 낮은 실정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향후 조례 정비는 단순한 입법을 넘어, 필요성이 낮은 사안은 임의조례로 전환하는 등 상위법령의 위임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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