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약 6000억 원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고 있는 반면, 사내 협력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수백억원 대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이 정하는 공사대금과 기성금이 실제 물량을 반영하지 않아 인건비 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 때문으로 지적됐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삼성중공업 하도급피해 27 개 협력업체 대표들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거래 실태 조사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공개된 협력업체 5곳의 채무액은 엠알엘엔지 17억 원, 청운산업 20억 원, 하온기업 25억 원, 청용기업 50억 원, 우담기업 26억 원 등 138억 원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6조를 넘겼고, 영업이익은 5,981 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원청은 대규모 흑자, 하청업체는 빚더미에 앉은 셈이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조선업에는 일을 먼저 시키고 계약은 나중에 맺는 이른바 '선작업 후계약' 관행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단가도 원청이 정하고, 기성금도 원청이 매긴다. 물량이 늘어도 공사비를 더 줄지 말지, 다음 계약을 이어갈지 말지 원청이 정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력업체는 모자란 돈을 대표 개인 돈으로, 은행 빚으로 메우며 버틴다. 못 하겠다고 하는 순간 다음 계약은 없다"며 "서류로는 대등한 계약인데, 현장에서는 한쪽이 다른 쪽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력업체의 경영난은 노동자 임금 체불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이 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사 17곳에 대지급금이 지급됐다. 금액은 모두 84억8000만 원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0억4200만 원이 지급됐다.
정 의원은 "원청이 정한 단가에 협력업체가 버티다 쓰러지고, 노동자 임금이 밀리면 그 임금을 공적 기금이 대신 갚는다"며 "빈자리에는 새 협력업체가 같은 단가, 같은 조건으로 들어와 몇 년 뒤 또 쓰러진다.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대지급금 상한에 걸려 밀린 임금을 다 받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 협력업체 대표들도 공사대금 산정방식, 계약 해지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제기했다.
삼성중공업 LNG 선 화물창 멤브레인 공사를 맡고 있는 엠알엘엔지 윤병희 대표는 "저희가 적용받는 작업 단가는 시간당 4만1297원으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들었다"며 "그러나 가로 40m, 세로 46m, 높이 30m 에 이르는 탱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작업비로 2억3000만 원이 책정됐고, 23명의 작업자가 한 달 동안 모든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작업에는 최소 50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그럼에도 23명만으로 모든 작업을 끝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결국 이번 달에는 임금의 50% 밖에 지급하지 못했고,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 체당금 신청까지 하게 됐다"며 "11월 임금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윤 대표는 "엠알엘엔지에 대한 부당한 퇴출 문제도 제기한다"며 "협력사 평가와 계약 종료 사유가 객관적이고 정당했는지, ‘협조도’라는 명분 아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 일방적으로 거래를 종료할 수 있는 구조가 정상적인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하도급대금 문제로 발생한 경영상 어려움이 오히려 퇴출 사유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약 30년 동안 근무한 뒤, 2023년 1월 청용기업을 창업했다는 곽치민 대표는 지난 4월 22일,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첫 달부터 적자였고, 폐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기성금이 턱없이 모자라 사원들 월급을 제때 줄 수 없어, 저는 항상 사원들 앞에 죄인이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부족한 운영자금과 밀린 임금을 메우기 위해 금융권 대출, 개인 채무는 물론 가족 명의의 대출까지 받았고 가족들에게만 15억 원의 채무가 남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을 찾아가 누적되는 손실을 호소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혹했다. 경영을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책이었다"며 "2024년 발생한 막대한 손실에 대해 대책을 요구했을 때에는, 당시 담당 부서장이 다른 부서로 이동했으니 그 부서에 가서 직접 받아내라는 취지의 답변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회사의 존속이 어렵다는 소문 속에 사원들까지 다른 업체로 떠나면서, 회사를 지탱할 기반마저 무너졌다"며 "결국 계약이 해지된 지금, 모아둔 재산은커녕 회사 운영을 위해 제가 직접 빌리거나 책임진 채무가 고스란히 남았다"고 토로했다.
이들 5곳 협력업체는 내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중공업을 하도급법 위반혐의로 신고할 예정이다. 기성금과 공사대금이 실제 작업량, 투입인원과 시수, 실제 지급한 임금과 비용에 맞게 정해졌는지 대조해 달라는 요구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신고를 한다고해서 무작정 삼성중공업을 벌해 달라는게 아니다. 먼저 제대로 조사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받아야 할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했거나, 실제 작업량과 비용이 대금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협력업체가 떠안지 말아야 할 비용과 위험이 넘어 온사실이 확인된다면, 그때는 법대로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사대금을 산정하고 지급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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