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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경제는 반도체와 조선업 수출 회복에 힘입어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정철)은 17일 발간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에서 이같이 전망하며 내년 한국경제가 수출 중심의 제한적 회복 국면에 머물 것으로 진단했다.
한경연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0%로 예상했다. 상반기 경기 침체 이후 통상환경 관리와 경기 대응 조치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성장 모멘텀이 충분히 확산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성장의 중심은 수출이다. 한경연은 반도체와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0.8%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조선업도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주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내수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1.6% 증가가 예상됐지만, 실질임금 개선 속도가 더디고 생활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회복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도 반도체·AI 등 첨단 분야를 제외하면 비IT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경쟁력 약화로 뚜렷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건설투자는 2.9% 증가가 예상됐으나, 이는 기저효과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PF 조정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고 착공·분양 지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건설경기가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물가는 2026년 1.9% 수준으로 안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기·가스·서비스·주거비 등 생활 밀접 항목의 비용 부담이 지속돼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더라도 체감물가 부담은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89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됐다. 수출 회복에 따른 성과지만,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선도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와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다. 한경협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25년 5월 저점을 찍은 이후 전자·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며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다.
외환·금융시장 불안도 변수로 꼽혔다. 달러 강세와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수입물가와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2026년을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전환기로 평가하면서도, 회복 흐름을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통상환경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 AI 투자 과열 이후 조정 가능성, 원화 약세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2026년은 회복의 신호가 분명해지는 해이지만, 신성장 산업 육성과 내수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만 2026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하며,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통상환경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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