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벤처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빠르게 쏠리고 있는 가운데, 투자 집중 현상이 미국에 크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AI 분야 벤처투자 규모에서 세계 9위에 머물며 주요 선도국과의 격차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OECD가 운영하는 AI정책저장소의 벤처투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까지 전 세계 AI 분야에 투자된 벤처투자액은 총 1584억달러로, 2015년 400억 달러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AI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0%에서 55.7%로 급증했다. 생성형 AI가 본격화된 2023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AI로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 보면 투자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AI 분야 벤처투자액 1584억 달러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1140억 달러가 미국 기업에 투자됐다. 이는 지난해 64.4%에서 더욱 확대된 수치다. 2위는 115억 달러를 유치한 영국, 3위는 90억 달러의 중국이었다. 우리나라는 15억7000만 달러로 9위에 그쳤으며, 규모 면에서는 미국의 73분의 1, 영국의 7분의 1, 중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4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AI 스타트업은 미국의 생성형 AI 기업 xAI로, 한 해 동안 11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데이터브릭스가 85억 달러, 오픈AI가 66억 달러로 뒤를 이었으며 상위권을 미국 기업들이 독식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자율주행 전기차 기업 IM모터스는 13억2000만 달러, 문샷AI는 13억 달러를 유치했다. 영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브가 1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1억4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컸다.
투자 자금의 출처를 보면 해외 자본 의존도에서도 국가 간 차이가 나타났다. 영국은 전체 AI 벤처투자액의 87%를 해외 VC로부터 조달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고, 독일(79%), 프랑스(73%) 등 유럽 국가들도 해외 자본 유입이 활발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자국 내 대규모 벤처투자 시장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비교 대상국 가운데 해외 투자 유치 비중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자현 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와 로보틱스, 제조 현장에 결합된 피지컬 AI 등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유망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의 과감한 선구매를 통해 트랙 레코드를 쌓게 하는 것도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미국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규제 환경이 결합돼 대형 AI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며 “사전 규제와 허가 중심의 국내 환경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승자독식 구조가 강한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강점 분야를 세분화해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혁신을 뒷받침하는 규제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