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소관 2026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회의는 아동수당 지역 차등 지급을 둘러싼 격론 속에 장시간 이어졌으며 재석 17명 중 찬성 12명, 반대 5명으로 가결됐다. 이번 심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복지 분야 예산 심사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서영석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예산은 136억3100만 원 감액, 3조5175억3200만 원 증액으로 총 3조5039억100만 원을 순증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02억1600만 원, 질병관리청은 2306억6700만 원이 각각 늘었다”며 건강보험 국고지원, 장애인 활동 지원, 감염병 대응, 예방접종 사업 등을 주요 증액 항목으로 제시했다.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정부가 제시한 인구 감소 지역 아동수당 1인당 2만 원 추가 지급안이었다. 복지부는 인구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별 차등 지급을 시범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는 ‘보편복지 원칙’과 ‘균형발전 명분’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소멸 위기를 언급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차등 지급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인구 감소 지역의 보육 인프라와 양육 환경은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며 “복지정책을 통한 균형발전 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수도권 차별 의도는 전혀 없다”며 “균형발전의 기조 아래 양육 환경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편복지 원칙이 훼손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간사는 “수도권은 부자니까 덜 줘도 된다는 인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등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전체 아동에게 동일하게 인상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산이 선심성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정책은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예산 심사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소위 자료가 회의 직전 새벽에 제출돼 검토 시간이 6시간 남짓이었다”며 “심도 있는 심의가 불가능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의원으로서 “자료 접근이 늦으면 논의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정보 접근권 보장을 요구했다.
또한 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예산이 정부안 39억 원에서 19억 원 감액된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강조해 온 정부가 직접 예산을 줄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정 장관은 “법안 통과가 지연돼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필요시 추경을 통해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위원장은 표결 결과를 “재석 17인 중 찬성 12, 반대 5, 기권 0으로 가결”이라고 선포하며 자구·계수 정리를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이번 복지위 예산안 심사는 보편복지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한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역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내세웠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재정 효율과 형평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이에 따라 아동수당 차등 지급과 공공의대 예산 문제는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도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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