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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군 복무 중 사망했으나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순직자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재조사에 들어갔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보훈 공백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미순직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조사·심사·보상 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국방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누적돼 온 군 사망자 처리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창군 이후 순직자, 전사자, 순직 심사 대기자를 제외한 미순직자는 2022년까지 총 3만8０5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유형별로는 병사·변사 2만205명, 자살 1만2０798명, 일반사망 5054명이다. 최근 5년간도 미순직자는 꾸준히 발생했다. △2020년 67명 △2021년 104명 △2022년 110명 △2023년 56명 △2024년 59명, 올해 현재까지 7명이 미순직자로 분류됐다.
이번 재조사의 배경에는 ‘전공사상’ 개념이 있다. 전공사상이란 군 복무 중에 발생한 사망·부상·질병 등 사고를 국가가 어떻게 분류하고 보상할지를 규정하는 제도적 틀이다.
그런데 1985년 제정된 전공사상 처리 규정은 자해 사망을 원칙적으로 순직에서 제외했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입대 전 병력이 원인이면 인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상당수 군 사망자가 순직 범위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4년 군인사법 개정 이후 제도는 달라졌다. 자해 사망이라 하더라도 군 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됐고 또한 입대 전 질환이 복무 과정에서 악화해 사망한 경우도 순직 범위에 포함됐다. 따라서 국방부는 “현재 기준으로 다시 심사할 경우 순직 판정으로 변경될 사례가 다수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가족의 고령화도 재조사를 서두른 이유다. 1950년대 사망자의 유가족은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층으로 보상이 지연될 경우 생존 가족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은 “군 복무 중 사망한 이들의 희생이 더 늦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며 “생존 유가족이 있을 때 명예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번 재조사는 향후 보훈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순직 판정 대상이 확대될 경우 보훈 예산과 지원 체계의 조정이 불가피하고 군 사망자 처리 기준이 달라지면서 보상 절차도 대폭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심사 절차와 보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단순히 과거 사례를 재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군 복무와 사망을 둘러싼 국가 책임의 범위를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군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사회적 요구가 확대된 상황에서 제도 개선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군 보훈 체계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이번 재조사를 통해 미순직자의 사망 사유를 현행 기준에 따라 재검토하고 보상과 예우 방안을 구체화해 유가족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가 과거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군 보훈 제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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