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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글로 이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얻어진 합의에 따른 것임을 알렸다. 트럼프를 비롯해 이날 참석자 모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으나 ‘전쟁 종식을 위한 결정적 선택은 우크라이나 몫’으로 돌려 최종 책임을 떠넘긴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선 2월 회동 때와 달리 이날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에 더 많은 미소와 환담이 오갔으며 전쟁 관련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우 정상은 손을 무릎에 모으고 앉아 기자들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했다고 한다. 또 취재진에서 젤렌스키를 향해 “양복 잘 어울리시네요” 칭찬이 나오자 트럼프가 즉각 “나도 똑같이 말했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취임 직후 평화 중재자 이미지가 다급했던 트럼프는 2월 야전복 차림으로 온 젤렌스키에게 왜 양복을 입지 않았느냐며 만나자마자 타박했었다.
WSJ에서 트럼프와 유럽 정상들의 백악관 기념촬영을 ‘가족사진’에 비유한 가운데 트럼프는 “(러·우 회담 후) 미·러·우 3자 회담이 다음 단계”라며 “잘 풀릴 것이다. 평화 합의는 매우 달성 가능하며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해법을 찾고 싶어 한다. 1~2주일 안에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이 끔찍한 싸움이 계속될지 알 수 있을 것” 등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정상들은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에 미국이 공감을 보인 것에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19일자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에선 이번 백악관 회담의 ‘동상이몽’ 측면을 직시한 논평을 했다. WP 제목부터 “바쁜 워싱턴DC 서밋, 트럼프와 크렘린 떼어내기”였으며, 로이터에선 백악관 회동이 ‘환영식’ 같지만 유럽으로선 실질적 돌파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우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당사국 정상의 첫 만남이다. 트럼프는 최대 쟁점인 영토 재획정 관련해 두 당사국이 담판을 벌이게 한 뒤 합의가 도출될 경우 자신도 참여해 종전 공식 선언을 할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AFP·DPA 등 외신은 “2주일 이내 러·우 회담”이 미·러 정상 간 통화로 합의됐음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휴전 먼저”를 주장해 온 메르츠 총리가 “이번 만남이 휴전으로 이어지면 아주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반증한다. 과거 독일·프랑스의 주도적 중재로 성사된 두 차례 민스크협정을 통해 푸틴은 ‘기만 당했다’고 여긴다. 러시아계 주민 핍박이 계속됐으며 우크라이나 무장만 강화됐다, 시간벌어주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러시아 측 입장이다.
평화 내지 종전 협상이란 몇주 몇 달 몇 년이 될 수도 있어 ‘휴전 먼저’란 우크라이나와 배후의 서유럽에게 훨씬 필요한 조건인 셈이다. 메르츠는 푸틴의 돈바스 지역 양도 요구에 대해 “미국에 플로리다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으나 우크라이나가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으리라 아무도 단언하지 못할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이 “미국과의 공조 속에” 추진될 것이라는 트럼프 발언을 모두 반겼지만 여기엔 냉정한 국제정치적 계산이 녹아 있다.
우선 ‘결정은 젤렌스키( 및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달렸다’고 거듭 지적함으로써 실패하면 그들 책임, 성공하면 ‘나, 트럼프가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이 (안전보장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다짐 역시 중요한 방패막이다.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진영에선 우크라이나 문제로부터 빨리 손 뗄 것을 강하게 촉구해 왔다. 15일 푸틴과의 알래스카 회담 후 “전쟁을 끝낼 합리적인 기회가 생겼다”고 한 것 또한 일이 잘 풀길 경우 ‘기회를 만든’ 자신의 공을 내세울 수 있다.
18일 논의는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 러시아와의 평화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한 영토교환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는 이날 젤렌스키와 양자회담을 마친 뒤 곧 유럽 정상들까지 참석한 다자회담을 주재할 때 이 부분을 확실히 짚었다. 다자회담엔 메르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 7명이 합류했다.
트럼프는 15일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푸틴이 수용한 사실을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한 뒤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과대평가됐다”면서도 “우리가 공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래 공격을 억제할 합의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고 말했다. 지형지물 없는 평원 천지인 우크라이나에 유럽 군대가 들어올 경우 곧장 모스크바까지 뚫린다는 역사적 트라우마에도 만일 푸틴이 평화유지군 형태의 감시체제를 받아들인다면 그 정도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가 절실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논의 사항을 “유럽이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 “현 전선을 고려한 영토교환 가능성”으로 요약하며 “궁극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 과정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젤렌스키는 다자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논의를 환영했다. 트럼프와의 앞선 양자 회담을 “역대 최고의 대화”로 표현하며 “우크라이나 안보는 미국과 여러분(유럽)에게 달려 있다. 미국이 그렇게 강력한 신호를 주고 안보 보장에 준비돼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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