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부엌에서 추워 잿더미 옆에 앉아
재투성이가 된 그녀를 신데렐라라 불렀다.
- 동화 ‘신데렐라’ -
그때 남자 한 무리가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에 우르르 와서 앉았다. 예기치 않게, 그들 중 일부가 라라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라라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며칠 전에 구로반점에서 봤잖아요.”
순간 당황하는 라라. 구로반점이라는 어설프고, 덩그렇게 크기만 할 뿐 썰렁한 식당. 구로반점에서 기름과 물처럼 겉도는 라라를 기억한 그들은 서울에서 온 대통령 수행기자단 일행이었다.
‘지금 여기 프레스센터에서 일하는 중인 사람에게 그런 투로 말할 이유는 없어.’
라라는 좀 짜증이 났다.
차시훈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구로반점, 라라 씨가 해요? 왜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 여기는 저 민라라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식당 일로 온 게 아니니까요.”
그녀는 낮으나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 얘기할 시간이나 기회도 없었지만……’
이 마지막 말은 내뱉어지지 않고 그녀의 입술 안쪽에 남아 있었다.
“구로반점에 한두 번 간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생각난 듯 시훈이 물었다.
“거기 카운터에 있던 남자는……혹시 남편?”
그녀는 잠시 갸우뚱하더니 이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차시훈이 거기서 본 사람이 누구인지, 남편 전준호인지 아니면 라라의 친오빠같은 김후원인지, 아니면 같이 사는 준호의 절친 이일욱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고려인 동업자 김미샤를 보았을 수도 있는 일이다.
“라라 씨가 미혼이라고 생각했어요.”
시훈은 웃었지만, 라라의 안색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스크바에서 한국 식당엔 잘 가지 않아요. 최소한 식당이라면 맛이 기본은 돼야 하는데, 별로였어요.”
차시훈이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훈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민망했지만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다.
석 달 전, 라라가 서울에 있을 때, 모스크바에서 잠시 나온 김후원이 그녀를 앞에 앉히고는 염불하듯 하던 소리도 그거였다.
“여자가 있어야 식당이 되는 법이에요. 남자들이 아르바이트 아줌마 두고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물론, 라라는 남편 준호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김후원은 계속 설득했다.
“그래야 준호도 빨리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한국에 돌아가지요. 라라 씨가 좀 나서야 해요. 모스크바로 가서 딱 1년만 식당을 맡아줘요. 그러면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준호를 공부시켜서 한국에 돌아가게 할게요. 약속해요. 우리를 믿어요.”
“다시 모스크바로 가지 않겠어요. 그가 공부 마치고 와야지, 왜 제가 또 가나요?”
김후원은 버티는 그녀를 애원하다시피 설득했다. 라라를 친여동생처럼 아끼는 그의 말이기에 라라는 참고 앉아 경청했지만, 절대로 준호를 위해 식당을 맡으러 가진 않을 작정이었다.
그때 옆에서 침묵하고 있었던 사람이 박기헌이었다. 그의 침묵은 반대를 의미했다.
“라라는 준호를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 나도 라라가 모스크바로 돌아가 식당을 떠맡기보다는 한국에서 하려던 통역대학원 공부하기를 원해. 이미 입학시험도 합격하고 등록까지 해놓은 상태라면 더욱 그렇고.”
라라는 그렇게 말해주는 기헌이 고마웠다.
“저는 제 갈 길을 준비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봐요. 남편을 너무나 잘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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