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도 안 망한다는 화장품 사업
전쟁이 나도 망하지 않는다는 사업이 있다. 음식 장사, 교육 관련, 그리고 화장품이다. 생존과 미래, 자존감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게 화장품 사업. 전쟁 중에도 여자들은 화장을 하고 외모를 가꾼다. 멈추거나 포기한다는 건 곧 자존감의 추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화장품 업종도 위기를 만나 휘청했던 시기가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 1월∼2023년 5월의 3년여 기간, 너나없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니 화장품이 팔릴 리 없었다. 전쟁이 나도 끄떡없다던 화장품 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시기였다. 색조화장품, 그중에서도 입술 관련 제품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던 씨앤씨인터내셔널(이하 씨앤씨인터)로선 그야말로 재앙 중의 재앙이 닥친 셈이었다.
위기에도 끄떡없는 기업, 비결은…
“다행히 코로나19가 시작되기 1년 전에 아이 제품을 대폭 확장했습니다. 아이라이너, 아이섀도 등이죠. 코로나19 기간 마스크로 가리지 않아도 되는 눈은 화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니 다른 제품군에 비해 판매량이 어느 정도 유지됐어요. 덕분에 립 제품의 저조한 실적을 만회할 수 있었죠. 아이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지 않았다면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정말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
배수아 씨앤씨인터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립 제품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제품 영역을 확장한다는 건 곧 위험을 자초하는 일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래서 아예 확장을 하지 않거나 혹은 영역 확장이 자충수가 되어 사양길이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배 대표의 경우는 재빨리 시장의 추이를 읽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담대함이 제대로 먹힌 결과라 할 수 있다.
씨앤씨인터는 이처럼 품목 다변화와 글로벌시장 중심의 고객사 확대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으며, 특히 2021년 3분기 흑자 전환 성공에 이어 2022년에는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바를 땐 촉촉, 마무리는 보송하게… 모두의 최애 립글로스
립글로스는 보통 바르면 입술이 번들번들 광이 난다. 보기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데다 유리컵이나 찻잔 등에 끈적하게 묻어나고 음식을 먹을 때도 조심스럽다.
‘바를 땐 촉촉하고 마무리는 보송하게 되는 립글로스 없을까?’
배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수분 베이스의 매트 립’이라는 혁신적인 제형을 구현해 냈다. 이 과정에서 제약 수준에 준하는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과 업계 최초 엑스레이(X-ray) 장비 도입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워터리 미스트 립 글로스(Watery Mist Lip Gloss)’. 중국 화장품 회사 인투유(IN TO YOU)에서 발매된 이 제품은 당시 유행하던 기존의 끈적이는 립글로스나 건조한 매트 립스틱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워터리 투 매트’라는 혁신적인 제형 개발 성공은 씨앤씨인터의 독보적인 색조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고,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실적 반등과 글로벌 입지 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2009년 이후 씨앤씨인터의 이와 같은 성공과 폭풍 성장의 중심엔 언제나 아버지 배은철 회장이 다져 놓은 탄탄한 기술력을 배경으로 배 대표의 기획력과 시장 트렌드를 견인하는 아이디어의 독창성, 마케터로서의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효녀… 오너 2세 경영인
배수아 씨앤씨인터 대표는 창업주인 배은철 회장의 장녀로 오너 2세 경영인이다. 1985년생, 39세에 대표직에 오른 젊은 경영인답게 트렌드를 읽는 예리한 시각,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통찰력과 함께 포기를 모르는 패기만만함도 갖추었다. 앳되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와는 완전 반전 매력, 장수의 기질을 갖춘 당찬 성격의 경영인이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배 대표는 200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씨앤씨인터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아이펜슬 하나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 아버지를 따라 뷰티 박람회를 방문한 뒤 화장품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다.
이후 최고제품개발책임자(CDO)로서 제품 기획,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씨앤씨인터는 2009년 배 대표 입사 당시 임직원 10여 명에 연매출 10∼15억 원의 작은 회사에서 15년 만에 연매출 2000억 원대 이상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버지인 창업주 배은철 회장이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에 힘쓴 것처럼, 배 대표 또한 마케팅 노력과 더불어 높은 품질의 일관성과 자체 중금속 측정 시설 도입 등 품질 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는 ‘장인(匠人)’ 스타일의 경영인이다.
‘브랜드 맞춤형 R&D’ 방식이 핵심 경쟁력
경영인으로서 배 대표의 장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그의 제품 기획력이다. 트렌드를 분석해 따라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배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고객사에 새로운 제형과 콘셉트의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로 이런 ‘브랜드 맞춤형 R&D’ 방식이 씨앤씨인터의 핵심 경쟁력이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 및 시장 이해도가 뛰어나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중국 상하이 법인의 분기 최대 매출 경신을 이끌었다. 최근 화장품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엔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이 있는데, 씨앤씨인터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재빨리 파악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용함으로써 국내의 롬앤·클리오, 북미 시장의 레어 뷰티, 일본 시장의 후지코&비아이돌 등 130여 개의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디 브랜드는 물론 국내 아모레퍼시픽이나 글로벌 4대 패션&뷰티 메이저 그룹 중 하나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디올·세포라, 에스티로더, 로레알 같은 메이저급 브랜드 또한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중장기 목표는 종합 화장품 ODM 기업
립스틱·립틴트·립글로스 등 입술 색조화장품과 함께 아이섀도 팔레트·블러셔 등 다양한 포인트 메이크업 화장품을 만들던 씨앤씨인터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이던 2021년 하반기부터 파운데이션·크림·로션 같은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도 양산에 들어갔다. 종합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종합 화장품 ODM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씨앤씨인터는 올해 들어 스킨케어, 메이크업과 스킨케어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제품, 선케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식물성 PDRN(DNA 조각)과 다중 복합 콜라겐을 활용한 고기능성 세럼 제품 등 스킨케어 트렌드를 반영한 혁신적인 제형을 내놓고 있다.
주식 매각과 신세계푸드의 투자
씨앤씨인터는 10월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대주주가 ㈜뷰티시너지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뷰티시너지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어센트EP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신세계푸드도 뷰티시너지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 사실상 어센트EP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경영권을 갖게 된 셈이지만 경영은 기존 경영진인 배은철 회장과 배수아 대표가 계속해서 맡기로 했다.
씨앤씨인터는 이번 거래로 1450억 원의 신주 발행 대금을 확보하며 청주 신공장 설립 계획에 속도가 붙게 됐다. 회사는 신주 발행 대금 중 3분의 1가량인 450억 원을 청주 신공장 설립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의 이러한 지분 매각(엑시트) 소식에 초기 주가가 술렁였으나 새로운 대주주의 자금 유입과 기존 경영진 유지 결정으로 이번 주식 매각이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배수아 대표, 논현동 브라이튼N40 거주
배수아 대표는 강남의 전통 부촌 논현동의 브라이튼N40에 거주하고 있다. 논현동 가구거리 뒤편의 브라이튼N40은 2022년 준공된 신축으로 5개 동, 148가구 규모인데 이 중 140가구는 전용면적 84∼176㎡(약 25평∼53평)의 일반 아파트, 8가구는 전용면적 171∼248㎡(약 52평∼75평)의 펜트하우스이다.
배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곳 논현동 브라이튼N40의 공급 211.4㎡(63평), 전용 176.54㎡(53.5평) 한 호실을 73억8100만 원에 매입해 거주 중이다.
브라이튼N40은 LVMH 사옥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의 설계와 조경 디자인이 적용되고 청소·세탁·홈 스타일링 등 호텔급 서비스, 프라이빗한 커뮤니티 시설 등이 갖춰진 차별화된 프리미엄 주거단지이다. 학동공원 인근의 쾌적한 환경과 함께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도 뛰어나 잘나가는 기업인과 유명 연예인 등 셀럽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로 꼽힌다.
언더웨어 전문 그룹 신영와코루의 이성원 대표, 배우 한효주, 그룹 인피니트의 엘(김명수), 보이 그룹 세븐틴의 호시, 트와이스의 나연이 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유재석이 전용면적 199㎡(약 60평) 펜트하우스를 86억6570만 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프로농구 스타 허웅도 지난해 5월 전용면적 125㎡(약 38평) 1가구를 약 39억 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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