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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전일로인 가운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을 두둔한 표현을 한 후 안팎의 비판 세례 속에 있다. “모두를 위한 더러운 일” “이스라엘군·정부에 최대한의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는 메르츠 발언이 전해지자 이란 외무부는 자국 주재 독일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18일자 AFP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 상태다.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선 현 미국 정부와 같이갈 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는 전날 ZDF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개발 능력 파괴를 내세운 공습에 이렇게 입장을 밝히며“이스라엘의 이번 공격 아니었다면 테러를 더 봐야 했을 것이다. 이 (신정)정권 종식을 바란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을 사실상 조건 없이 지지해 왔다. 약 2000년 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현재의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였기에 부채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해도 이번 메르츠 발언엔 ‘지나치다’는 주류 언론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중에서도 얀 판아켄 좌파당(Die Linke) 공동대표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메르츠는 화장실 청소를 해봐야 한다. ‘더러운 일’이 뭔지 알게 될 것” “사람들 죽어가는 게 ‘더러운 일’이라니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랄프 슈테그너 의원 역시 강한 목소리를 냈다. “이란에 대한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군사적 공격이 국제법 위배일 수 있음을 메르츠 총리가 스스로 시사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판아케 좌파당 대표의 ‘화장실 청소’ 비유엔 ‘유럽 좌파의 비현실적 이상주의’를 꼬집는 시각이 등장했는데, 영어권 레딧 등 세계적 게시판보다 한국의 네이트·다음 등 반응이 빨랐다. “전쟁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메르츠” 입장에 동정적 의견과, ‘화장실 비유’의 시대착오성을 짚은 의견이 두드러졌다. 수세식 변기 시대에 화장실 청소가 ‘더러운 일’의 대명사로 쓰이는 게 비현실적이며 해당 직종 종사자에게도 불쾌한 일이라는 취지다. 비서구권 국가 중 재래식 화장실의 기억을 가진 유일한 선진국이자 온라인 활동 강자이기 때문에 신속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
독일 내 이른바 진보 진영에선 이란의 핵개발이 예방적 자위권을 발동할 만큼 이스라엘 안보에 급박한 위협인지 불분명하다며 반박하지만 과연 그런지 단정하긴 어렵다. 이란 핵은 자기방어나 위험 억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고 그 배후의 미국까지 타격할 목표로 출발했으며 현 우라늄 농축 능력만으로도 핵무기 완성은 시간 문제다. 이슬람혁명 이래 이란의 국시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 헤즈볼라·하마스·후티 등 이란의 대리세력에 공유돼 왔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조건 항복’ 촉구에 “도발적”이라며 이날 1979년 미국과 단교한 이래 양국 관계를 중계한 스위스를 통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핵협상 때 직접 대면 대신 오만 외무장관이 양쪽 대표단실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하듯 자국 주재 스위스 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이다. 그러나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한 이란은 여전히 협상 지속을 위한 대미 접촉을 노력 중이라고 알려졌다. 미국도 ‘밀·당’을 하는 모습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대이란 공격) 결정 즉시 집행할 준비가 돼 있다” 했으나 트럼프 언사엔 전략적 모호함이 가득하다.
그는 18일 오전 백악관에 새 국기게양대 설치 작업을 둘러 보러 나와 취재진 질문에 “(이란에 대한 미군 자산 투입)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이란에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상황의 가변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란이 큰 난관에 직면했고 협상을 원한다는 건 말할 수 있다. 그러길래 ‘이 모든 죽음과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 왜 협상하지 않았느냐’”면서 “(이스라엘의 첫 기습공격은) 끔찍한 ‘한 방’이었다. 솔직히 그날 밤 결판이 났다”며 새삼 이란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란 측의 협상 지속 시도 관련 질문엔 “접촉해 왔지만 ‘대화하긴 늦었다’고 답했다” 하더니 또 “세상에 너무 늦을 건 없다”며 여지를 뒀다.
이어 우라늄 농축 포기를 끝까지 거부한 이란에 유감을 표하면서 “심지어 백악관으로 찾아오겠다는데 용감한 일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 했고, 이란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경고엔 “행운을 빈다”며 풍자성 대꾸를 했다. 또한 ‘무조건적 항복’의 구체적 의미를 “더 못 참겠다. (협상) 포기. 그곳의 모든 핵 시설을 폭파하겠다는 뜻”이라고 똑 떨어지게 설명한 다음 “(이란이) 40여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 싫어하는 모든 이에게 죽음을’을 외쳤다. 불량배나 다름없다”며 “네타냐후와 매일 통화한다. (공격) 계속하라고 했다”는 엄포성 언급도 덧붙였다.
오락가락하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게 트럼프 특유의 협상술로 풀이된다.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던 날엔 하메네이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제거 가능하다며 “이란 영공 완전 장악”을 장담하더니, 이튿날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쟁이란 매우 복잡해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아직 이겼다 할 순 없지만 확실히 많은 진전을 이뤘다”, “다음 주가 아주 중요하다. 그보다 이를 수도, 더 이를 수도 있다” 등 트럼프 식 언론 플레이의 귀추를 주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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