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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있는 농업법인 H&A의 한상태 대표는 요즘 소위 잘나가는 ‘귀농인’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는 처음 시작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바로 귀농했더라면 정말로 망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약 14년간 일했던 그는 2021년 돌연 사표를 던지고 귀농하기로 했다. 스마트팜 농사에는 공학 기반을 지닌 자신과 같은 사람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퇴사 당시만 해도 상추 한 포기 제대로 길러 본 적 없는 농사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창업 전 우연히 받게 된 ‘농업금융컨설팅’에서 관계자는 이런 한 대표를 적극적으로 만류했고, 충고를 받아들인 그는 농업회사에 취업해 약 2년여간 작물별 생육 특성 등 농사의 기초를 배웠다. 많은 깨달음을 얻은 그는 당초 구상했던 스마트팜 설비 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창업했고 결국 성공했다. 지금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수입의 5배가량을 벌고 있고 향후 10배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귀농하면 막연히 잘될 거라는 부푼 기대를 가진 ‘무작정 귀농’ 샐러리맨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귀농·귀촌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균 귀농 준비기간은 31개월이었고, 이를 세대별로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은 22.4개월, 50대는 29.7개월, 60대는 32.9개월로 젊은 사람일수록 비교적 짧은 경향을 보였다. 준비 과정도 응답자의 66.3%가 ‘가족 또는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등 체계적이지 못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례는 10%에 불과했다.
1차 산업이라고 만만하게 보거나 단순노동이라고 함부로 뛰어들면 낭패를 본다. 모든 일엔 나름의 전문성과 디테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준비가 소홀하다.
손자병법에는 ‘오사칠계(五事七計)’라는 비교분석 원칙이 있다. ‘5가지 기본 요소와 7가지 세부 항목을 계량 비교하여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적군과 아군의 전략자산과 전쟁 수행 역량을 비교하는 일종의 체크 리스트다.
오사(五事)는 전략 기본 자산으로서 △범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비전 리더십(道) △기상조건에 따른 시간의 제약(天) △지형 조건(地) △능력을 갖춘 장수의 인재풀(將) △제도 시스템(法)을 말한다.
칠계(七計)는 상대국과의 전쟁수행역량을 비교하기 위한 7가지 계량 지표로서 일종의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 같은 것이다. 군주는 사전에 이런 지표를 통해 전쟁의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칠계(七計)는 구체적이다. 예컨대 △어느 쪽 장수가 더 능력이 있는가(將孰有能) △누가 기상 조건과 지형 면에서 유리한가(天地孰得) △어느 쪽 병력이 경험이나 훈련이 잘 되어 있는가(士卒孰練)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오늘날 경영에 대입해 보면 △창업자가 사업 능력을 잘 갖추고 있는가 △사업 환경과 가게 위치 등 입지조건에서 지금이 적절한 사업 타이밍인가 △직원들은 잘 훈련되어 있는가 등이 될 것이다.
전쟁은 물론이고 사업이든 귀농이든 준비 없이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농사 기술은 물론 사업을 위한 금융·재무·세무·조직관리 등을 알아야 하고 귀농 지역의 특성 파악과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스마트팜의 경우 농업, 컴퓨터 지식도 중요하지만 재무 관리 같은 금융 지식과 융자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사업은 여러 가지 기술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종합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단순한 총칼의 물리적 싸움이 아니라 물자, 사람, 보급 시스템 등 국가의 총체적인 힘을 쏟아붓는 총력전이다. 사업 또한 전쟁과 다르지 않다. 단순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산, 인력, 기술, 마케팅 능력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종합 경기다.
전쟁 전략에 오사칠계가 있는 것처럼 사업 전략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과의 상생 비전(道) △사업 타이밍의 선택(天) △입지조건 물색(地) △능력 있는 직원 확보(將) △시스템 구축(法) 등 기본 요소(五事)와 각 부문별 본인의 사업 수행 역량(七計)을 계량적으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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