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군 지원을 위해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공개되면서 한·우크라이나 간 ‘비공개 합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포로와 가족의 신변안전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두 북한군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송환 사실과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을 피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등 관련국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에 유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로 송환과 관련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포로와 가족의 안전, 외교·안보 및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하면 비공개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도 우크라이나 측이 유엔 연설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왔으며, 한국 측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당사자의 희망, 국내법적 절차, 인도주의적 원칙 등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 설명은 다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해 포로 송환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이송됐다는 사실만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과 이송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한 합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번 논란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자체보다 송환 사실을 어느 수준까지 공개하기로 양국이 사전에 합의했는지를 둘러싼 외교적 이견과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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