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유아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고 결과만을 근거로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전남의 한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만 4세 유아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담임교사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교조는 2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가 사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동 중에도 안전 수칙을 거듭 안내했으며, 현장에서도 유아들을 관찰하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피해 유아는 교사가 다른 유아의 얼굴에 붙은 벌레를 떼어주고 피를 닦아주기 위해 잠시 손을 놓은 사이 시야에서 벗어났으며, 불과 7분 만에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 330미터 떨어진 바닷가까지 이동했다. 전교조는 만 4세 유아가 이처럼 이례적인 경로로 이동할 것까지 교사가 미리 예측하고 방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결과만을 근거로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교사에게 모든 사고를 막아야 할 무한책임을 요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책임 구조가 이어지면 교사들은 교육적 필요보다 사고 발생 이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처벌을 먼저 염려하게 되고, 현장체험학습을 비롯한 교실 밖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배움의 기회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 뒤 “교사들은 결코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정성과 주의를 다했음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를 이유로 교사 개인에게 형사처벌의 책임을 지우는 현실에 절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에게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라는 ‘무한책임’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느 교사가 두려움 없이 교실 문을 나설 수 있겠느냐”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국가와 법이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는 실질적인 제도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남악유치원 교사는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였고, 그런 사고의 책임을 교사 한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아 15명을 인솔한 체험학습에서 교사 혼자 화장실에 가야 했던 경험 등을 소개하며 사전 답사와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도 유아의 모든 돌발 행동과 사고를 막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이에 대한 형사처벌, 법적 책임까지 교사 혼자 짊어지고 있다. 이것이 저희들을 두렵게 한다”고 밝혔다.
김경미 순천성남초병설유치원 특수교사는 “위험한 순간, 아이를 붙잡아야 합니까, 놓아야 합니까. 단호하게 제지해야 합니까, 기다려야 합니까”라며 “몇 초 안에 판단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란 과연 무엇입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책임까지 교사가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와 충분한 지원 인력, 구체적인 안전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이 인정한 교사의 업무상 과실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리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다시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에는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완전히 제외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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