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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의 정치개입과 정치인 금품수수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특히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정치인으로 향하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번지면서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통일교의 구체적인 로비 정황과 당사자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어느 당, 누가, 얼마를 받았느냐’는 식의 단순한 정치 스캔들이 아니다. 세속화된 종교집단과 부패한 정치세력이 합작해 국민 주권을 찬탈하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려 했다는 점에서,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국민의힘 가릴 것 없이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정치인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15일 첫 강제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주 당사자인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통일교 금품수수’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며 정국 반전에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자칫 ‘정교 야합’이라는 시대의 망국적 행태가 ‘철저한 단죄’의 대상이 아닌 야권의 ‘권력 쟁탈’ 도구로 활용될까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운영시스템이 종교집단의 이익에 악용됨으로써 민주적 정치 질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가 영혼의 구원이 아닌 세속 권력을 탐할 때, 그 사회에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게 되고, 배타적인 종교집단 이기주의가 뿌리내리게 된다.
역사는 이를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다. 중세 유럽 교회 권력과 세속 권력이 맞닿으며, 신앙은 구원의 길이 아닌 지배의 수단이 됐다. 12·3 내란 극복 과정에서 일부 종교집단이 극우세력인 ‘윤어게인’과 연계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내란 이후 민주적 질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점도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위기 와중에 ‘통일교 정치개입’ 논란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문제의 본질을 도려내기는커녕 이를 정략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모습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당이라면 먼저 특정 종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한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엄격한 잣대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특정후보 당선을 위해 통일교 교인을 집단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국민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자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몸으로 막아섰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들은 지금도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는 낡은 프레임 뒤에 숨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정적 덮어씌우기에 급급하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은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했다고 비난했는데, 그 ‘이상한 짓’으로 이익을 본 당사자는 바로 이 정권과 민주당 사람들”이라며 “통일교가 해산돼야 한다면, 민주당도 해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듯한 궤변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대통령의 권한을 ‘방탄’과 ‘정적 죽이기’에 악용해 왔다. 이제 그 권한으로 종교를 탄압하고 국민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종교단체의 정치개입 엄정 대처’를 주문한 이 대통령을 오히려 저격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은 재판 직전 국무회의에서 ‘종교 단체 해산’을 겁박하며, 통일교의 입을 틀어막았다. 민주당과 대통령 측근들이 얼마나 깊이, 얼마나 넓게 연루돼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겁박했겠는가”라며 이 대통령을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 핵심 인사들과 통일교 간의 유착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며 자당에 쏠린 의혹 감추기에 바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정권과 통일교 측 사이에 ‘입 다물면 살려준다’는 ‘물밑 부당거래’가 오가고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정”이라며 ‘종교의 정치개입’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보다는 정치적 논란 확산에 분주하다.
이들에게서 자당과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을 끊어내겠다는 깊은 성찰과, 헌법 가치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권력획득을 위해 종교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종교는 세속적 이익을 위해 정치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 단순하고도 엄중한 이 원칙이 무너질 때, 국가는 내부로부터 부패해지기 시작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종교와 정치의 야합이라는 망국적 행태를 뿌리뽑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치가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는 망국적 행태를 ‘권력 투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순간, 정치는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 질서를 어지럽힌 중대 범죄를 자성하고 국민들의 분노 앞에 사과해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은 회피한 채 정치적 이익만 위해 두들기는 ‘탐욕의 계산기’를 지금 바로 내려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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