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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법정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꿨다. 침묵을 깨고 직접 의견 진술을 예고한 것은, 기존의 소극적·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증인 진술과 검찰 주장에 즉각 반박하는 ‘공격적 방어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3대 특검 출범과 맞물려 직접 발언을 예고한 만큼, 지지층 결집 및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키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증인신문이 끝나면 의견 진술을 하겠다”며 본격적인 발언을 예고했다. 재판 전략에서도 공격적 기조로 전환했다. 검찰이 증인신문 계획 변경 요청을 반대하자,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 입증에 자신이 없는 건지”라며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내란·김건희·채상병’ 3대 특검의 본격적인 출범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었던 김철진 준장의 증언 직후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김 준장은 계엄 해제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투입된 병력 숫자를 문제 삼으며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을 보냈어야지”라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질책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이 ‘500명 정도’라고 답했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이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은 보냈어야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라고 말했나”라고 재차 확인하자, 김 보좌관은 “들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김 준장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30여 분간 방문해 병력 배치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증언이 윤 전 대통령의 군 지휘·의사결정 개입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보며, 재판부와 여론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계엄 해제 당시 국회의 의결을 존중해 빠르게 철수를 지시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철수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현장 군인들의 기존 증언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법을 가져오라고 했던 이유는 절차의 미비를 검토하기 위해서였고, 최종적으로 민정수석의 권고를 받아들여 계엄 해제 브리핑을 준비했다”며 “군을 빨리 국회 경내에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의원 강제 퇴거’ 지시를 뒷받침하는 기존 증인을 탄핵하기 위해 새로운 증인 신청을 요구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대하자 직접 발언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수사기관에서 조사하고 조서화된 증거를 재확인하려는 것인데, 그마저 막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렇게 입증에 자신이 없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증인에 대해서도 의견 진술을 적극 하겠다는 뜻을 재판부에 명확히 밝혔다.
아울러 김 준장은 또 계엄 해제 이후 김 장관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통화하며 “상원아, 이제 더 이상 어쩌겠어”라고 체념하듯 말한 것도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내란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민간인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그는 계엄령 포고문 초안 작성, 군 인사 개입, 비선 조직 운영 등 다양한 의혹의 중심에 있으며, 실제로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바 있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더 이상 군사적 대응이나 강경 조치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체념 혹은 무력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19일 경찰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3차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전과 같이 불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응 시 경찰이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군 비화폰 삭제 지시 등 혐의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내란·김건희·채상병’ 3대 특별검사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 시기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 특검은 각각 △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내란 음모’ 의혹, △ 김건희 여사 및 그의 가족을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 △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세 특검이 동시에 출범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국면과 겹쳐 정치적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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