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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호우주의보가 내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김기흥 국민의힘 인천연수을 당협위원장(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우비를 입고 ‘죄송합니다. 지켜주십시오’ 푯말을 들고 섰다. 12일부터 하루 10시간 가까이 이곳에서 침묵을 지키며 곳곳이 선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을 듯한 빗속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의 외로운 투쟁에 따뜻한 격려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예고 없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대선 유세라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 위원장을 찾은 김 비대위원장은 5분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 대변인, 너무 고생 많다”, “반성을 왜 김 대변인 혼자 하느냐”, “n분의 1씩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며 김 위원장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스카이데일리는 폭우 속이지만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다음은 김기흥 당협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Q.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잠깐 들렀다고 들었다. 어땠나?
A. 큰 격려를 해줬다. 김 비대위원장에게 ‘우리의 그 안에 있는 안 될 것 같은 열패감, 그런 것들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진 절실함을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서 직접 나온 것이다.
Q.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새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몇 시간을 서 있었나?
A. 12시부터 나와 있었으니 5시간째다. 물론 힘든데, 요새 계속 해와서 할 만 하다. 이 절박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힘든 과정에서 신기하게 힘을 얻고 사람들 얘기를 듣고, 널리 알려지니 더더욱 좋다. 많은 당 지지자들이 현재 불안과 안타까움 속에 있는데, 함께 이겨내고 싶다.
Q.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A. 더더욱 결집해서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결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잘못했는데 잘못을 인정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사법부를 공격하고, 대법원장을 끌어내리고, 대법관들을 국회로 집합시켜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본인의 모든 재판을 중지시키고, 심지어 본인이 죄를 지었는데 관련 법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는 것을 넘어서 사법부와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질서, 체제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들 사이의 어떤 간극이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큰 싸움을 해야 한다. 그 큰 싸움 전에 우리 내부에 안 될 거라는 열패감을 극복해야 한다.
Q. ‘열패감’이나 ‘패배주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이재명이 대통령 될 거니까 모르겠다” 하는 마음이다. ‘어차피 선거 해보나 마나 격차가 이렇게 큰데...’ 하는 생각이다. 열패감을 이기는 법은 단순하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한테 왜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지, 사법부를 지켜야 하는지, 왜 이재명은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아무래도 선거는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어떻게 보면 분노해 있는 분들 같은 층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지지층도 잡고 부동층도 잡을 수 있다. 우리 내부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
Q. 일부 보수 후보들은 끝까지 단일화 없이 선거에서 완주하겠다고 말한다. 단일화 빅텐트에 대한 전략이나 막판 메시지가 있나?
A. 모두가 최선을 지향하지만 결국 정치는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은 본인이 가진 보수의 가치에 대해 주장하지만, 결국 그들의 완주를 통해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일조를 한다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개인이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테두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법적인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지금의 사법 체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을 끌어내리려고도 한다. 이런 것들을 막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 다른 후보들이 이 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Q. 당 내부에서 ‘친윤 핵심 축출’, ‘윤석열 대통령 탈당 요구’ 등 분열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윤석열 전 대통령도 누구보다 이번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절실함을 개인적인 것을 넘어서 인식하고 계실 것이다. 그쪽에서 본인이 판단하실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기지 않으면 이제까지의 3년(윤석열 정부의 3년)이 다 부정이 될 것이다.
보수 진보를 떠나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되고 이재명 정부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고 사법 리스크로 유죄 판결이 나도 대통령 직을 유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당은 계파와 노선의 차이를 내세우기보다 하나가 될 수 있는 큰 흐름을 만드는 게 지금 정치인들이 해야 할 가장 급선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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