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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다시 발의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LH의 분양가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LH 측은 사업 위축과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황 의원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LH가 공급하는 모든 주택의 분양원가와 자산 평가액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분양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인 LH는 국민의 세금과 자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만큼 분양원가 공개는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LH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 사업 구조가 다르며 분양원가를 일괄 공개할 경우 지역 간 가격 불균형과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LH 관계자는 “수도권은 원가보다 높은 시세가 형성돼 분양가를 원가 수준으로 낮추라는 압력이 커지고 지방은 원가보다 낮은 시세 탓에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LH는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 분양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비수익 임대주택에 재투자하는 ‘교차 보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지별 분양가 인하 요구, 지역별 형평성 논란 등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공공분양주택 10만 호, 공공임대주택 15만2000호 등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5만 20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분양가에는 최근 급등한 건설비 상승분도 반영되고 있으며 수도권 중심으로 상반기 내 신규 택지 3만 호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원가 공개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공급 정책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장 반응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는 공공분양 청약 경쟁률이 59대 1에 달하는 등 공급 부족과 시세차익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수요자들의 기대 심리가 달라지고 가격 형성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 주택과 비교돼 공공 분양가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경우 민간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이 원가를 공개하면 민간이 ‘과도한 이익을 취한다’는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민간 참여 위축과 공급 차질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공공주택의 공적 성격을 감안하면 분양원가 공개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이미 일부 지구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으며 투명성 확보와 가격 인하 유도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LH 분양원가 공개 여부는 법적 판단도 앞두고 있다. 2023년 대법원은 원가정보 비공개 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의 각하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현재 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과 국회의 입법 결과가 맞물리며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공공주택 분양가 형성 과정이 처음으로 전면 공개될 수 있다. 이는 수년간 불거지고 있는 고분양가 논란에 대한 검증의 계기가 되는 동시에 공공주택 공급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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