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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미국 백악관과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논평이 주목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게 관련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서면 질의에 3일(현지시간) ‘백악관 당국자’ 명의로 답한 회신인데, “한미동맹의 철통같은 유지” 등 관행적 표현 이외에 매우 이례적 내용이 담겼다. “한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됐으나,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대목이다.
한국 대선 결과에 관해 말하던 문장에서 갑자기 중국 얘기가 나온 것은 뜬금없이 여겨질 정도다. 이번 선거를 둘러싼 중국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의 어감을 풍기며 경고를 던진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아울러 치킨게임 양상의 미·중 갈등 와중에 중국 관련해 유화적·친화적으로 여겨질 만한 이 당선인의 과거 언행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달 10∼11일 제네바 고위급 회담을 통해 서로 115%p씩 관세율 인하 ‘90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전운은 짙다. 중국의 희토류 등 대미 수출 통제가 풀리지 않았고, 미 반도체 관련 금수 조치도 강화된 가운데 미국은 자국내 중국인 유학생 비자의 공세적 취소를 선언한 상태다.
게다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싱가포르) 연설에서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는 중국”에 대해 “공산당(치하의) 중국 억제 쪽으로 미국의 방향이 재설정” 됐음을 밝혔다. 이어 “대(對)중국 경제적 의존 관계가 지금처럼 긴장된 시기에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켜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면서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한 이른바 ‘안미경중’ 행보를 겨냥한 경고로 해석된다.
백악관의 이번 입장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성명과 뚜렷하게 결이 다르다. 이 당선인에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등을 강조한 교과서적 메시지의 루비오 장관 성명에서 외무부 격인 국무부가 외교적 언어를 구사했다면, 백악관 답변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트럼프 진영 인사들이 이날 강경한 관점을 드러냈다. 백악관 인사에까지 힘을 쓴다고 알려진 로라 루머는 엑스(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대선 승리” “끔찍한 일”이라 했으며, 트럼프의 전략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은 엑스에 “한국 망했다”고 적었다.
이재명정부가 감당해야 할 미국이란 이런 물밑 기조를 가진 트럼프정부인 셈이다. 미 언론과 싱크탱크·전문가들 역시 표현이 완곡할 뿐 유사한 논조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국회를 장악해 수십년 이래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이 당선인”이지만 “침체한 경제 회복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주요 동맹국 미국과 최대 무역파트너 중국 사이의 긴장을 헤쳐나가야 하며,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임기 내내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한국 전문가 다시 드로트-베이하레즈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주한미군 비용 증액, 비관세 무역장벽 축소 등 트럼프의 요구에 이재명정부가 반발할 경우 한·미 관계가 매우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짚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대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저항하면 트럼프에게 주한미군 철수 등 보복 조치를 당하기 쉽고,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중국에서 ‘대만 유사시 미국 쪽 합류’로 인식할 터라 딜레마”라며, 이에 관한 결정이 상호관세·무역 문제로 이미 복잡한 정책 환경을 한층 어렵게 할 것으로 봤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비슷한 견해다.
WSJ은 “이번 한국 대선 결과가 한국의 중국 및 북한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며 “한때 자신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과 비유했던 이 당선인”이라고 지칭했다. 샌더스는 미국 진보 정치의 중심으로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좌파 그룹의 사실상 수장이자 ‘사회주의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또 WSJ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장악할 수 있다’ 하고 미국은 ‘대만을 방어한다’ 했으며 미군 약 2만8500명이 주둔 중인 한국의 새 대통령은 ‘양안(중국·대만)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한다는 모순을 꼬집었다.
폭스뉴스에선 중·북에 강경했던 윤석열정부와 다른 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며 “중공에 대한 낭만적 매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당선인과 그 핵심 지지층을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는 “(파탄난)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들” “북한 정권의 혐오스러운 행동을 늘 변명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이란 단어를 결코 입에 못 담는 사람들”로 부르며 “이재명 집권기 미국이 한국과의 국가안보 협력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동맹 이탈’이 생길 때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함을) 곧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임을 상기시키며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한일 모두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인구의 수도권 과집중,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 등 공통 과제가 많다”면서 “한국과 진정 흉금을 터놓고 민간을 포함해 적극 교류해 연결고리를 강하게 하고자 한다. 우리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을 덧붙였다. 이때 이 당선인이 선거운동 중 ‘일본은 중요한 파트너’ ‘일본을 좋아한다’고 말한 에피소드도 소개됐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는 게 좋다”며 신임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에 의욕을 보였다. 아울러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 중요성은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불변임을 강조했다. 작년 12.3비상계엄 이래 그는 “현 전략 환경 아래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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