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º
습도 85%
수원 22º
습도 90%
강릉 26º
습도 55%
이 19일(현지시간) 관계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관계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5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 압박 아래 ‘유럽의 단합’이 훨씬 다급해진 현실과 무관치 않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
이날 스타머 총리는 “앞만 바라볼 때다. 구태의연한 논쟁·정쟁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합의를 “영국과 EU에 윈윈이자 우리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것”으로 자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 중요한 일이다. 우린 비슷한 생각을 가졌고 가치를 공유한다”며 영국의 입장 변화를 반겼다.
이로써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EU와의 결별을 결정한 지 9년, 4년간 협상의 진통 끝에 2020년 브렉시트가 발효한 지 5년 후 양측의 관계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 증액 요구 및 관세전쟁 등으로 유럽 안보·경제의 심각한 위기가 증대한 가운데 영국과 EU의 관계 강화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엔 대항해시대 이래 500년간 세계사의 중심이던 유럽의 격세지감이 묻어난다. 그는 “세계 불안정성의 시기, 우리 대륙이 여러 세대 만의 최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유럽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강한 EU-영국 관계는 우리의 안보·번영·공동의 운명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찬란한 문화 유산과 풍요로운 삶·자유를 누리며 세계인의 선망이던 서유럽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날 영국과 EU가 서명한 파트너십은 안보·방위부터 식품·조업권·에너지·이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협력 강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안보·방위 협정으로 EU가 1500억 유로(약 240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영국이 동참할 길도 열리게 됐다. 이는 추가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경제·무역 측면에선 영국이 조업권을 양보하고 농산물·식품 수출 절차 간소화를 받아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자국에 2040년까지 약 90억 파운드(16조7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적극 홍보 중이다. 내년 만료될 어업협정을 2038년까지 연장해 상호 조업권을 12년 더 유지하게 된 것도 눈길을 끈다. 농축산·식품의 경우 다수 품목의 검역을 면제하는 등 검역·통관을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후 복잡해진 절차로 급감한 영국산 식품류의 수출이 재활성화할 전망이다.
EU 어민의 영국 수역 내 조업권의 장기간 연장을 꺼린 영국은 당초 4년 연장을 원했으나 농산물 검역 완화와 에너지 협력을 위해 양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또 영국의 EU 역내 거래 플랫폼 등 전력 시장 참여 방안을 논의한다. 탄소배출 관련 협상에 따라 내년 도입 예정인 EU탄소세를 영국 기업이 면할 수 있을 듯하다. 30세 미만 청년의 이주·근로가 용이해지도록 상호 합의된 조건의 프로그램 개발도 진행하기로 했다. EU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참여 검토 또한 그 연장선이다.
청년 이동성 편의는 이민 문제에 민감한 영국 여론 때문에 막판까지 첨예한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양측은 ‘당장 명확하게 정하기보다 세부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그래도 이젠 영국인의 EU 국경 전자 자동입국심사대 이용이 가능해졌다. 이민 관련해선 변칙적 영국해협 횡단 저지 노력, 출신국 및 경유국과의 협력 필요성 인식을 공유한다고 분명히 언급됐다.
그러나 야권에선 청년인구 이동성과 조업권 연장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번 합의를 ‘EU에 굴복한 것’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몰아세웠다.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아마추어처럼 시작해서 완전한 배신으로 끝났다. 기회가 되는 대로 이 끔찍한 합의를 뒤집겠다”고 다짐했으며, 자국중심주의 기조로 세를 크게 확장한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번 합의를 “비굴한 항복” “영국 어업의 종말”로 봤다. 특히 패라지는 트럼프보다 EU를 경계해 온 인물이다.
재가입까진 아니라도 EU와의 관계 강화를 바라는 일반 여론도 있다. 예를 들어 일시적 대량 일손이 절실한데 브렉시트로 저임금 노동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농축산업계 등이다. 1월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 브렉시트를 ‘실패에 가까웠다’고 평가한 응답이 62%인 반면 ‘성공에 가깝다’는 11%에 불과했다. EU의 일부가 됨으로써 겪는 불이익과 브렉시트 불편함의 공존 속에 EU재가입 없이 더 근접한 관계를 원한다는 응답자가 64%로 가장 많았다. 이달 17일 발표된 유고브 조사에선 20년 내 EU 재가입 가능성을 내다본 사람이 39%였다. ‘그럴 가능성은 작거나 없다’ 응답률 40%와 엇비슷하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