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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제법”이라는 논란을 낳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였던 ‘행위’ 개념을 삭제한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단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명시적으로 소급 적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형법상 재판 중인 사건인 경우, 유리한 법률이 과거 행위에도 적용되는 원칙에 따라 사실상 소급 효과를 띤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겨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5년 간 아무런 법적 혼란 없이 적용돼 왔고, 헌법재판소 역시 이 조항에 대해 2021년과 2024년에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중앙선관위 김용빈 사무총장도 국회 법사위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오랜 기간 문제없이 유지돼 온 조항을 대법원 판결 직후 급히 손보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은 시기와 대상의 정밀성이다. 이 후보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최근 대법원도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조항이 국회에서 개정된 것이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사실상 특정 후보의 처벌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입법이 현실화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 확대와 정치 현실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 이 조치가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이 후보 기소 직전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고, 당시에는 소급 적용을 명시하기까지 했다. 이런 반복적인 시도는 입법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최근 법사위를 통과시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실상 ‘대선 방탄’을 제도화하는 법적 틀로 주목받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피고인은 후보자 등록 시부터 개표 종료까지, 당선될 경우 임기 만료까지 형사재판의 공판 절차가 정지된다. 단,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사건에 적용된다. 즉, 대통령이 되면 해당 사건은 재판이 멈추고, 처벌 여부는 임기 이후로 유예되는 셈이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될 경우, 이재명 후보는 대선 전후 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 완충 장치를 갖추게 된다. 허위사실공표죄는 법 개정으로 면소가 유력해지고, 다른 재판도 당선 시 정지되므로 형사적 책임으로부터 사실상 방어막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 눈에 ‘입법을 통한 사법 리스크의 해소’로 보이는 이유다.
입법권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오로지 공익과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특정한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입법이 반복되면, 국민은 의심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다. 입법과정의 정당성은 국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각각만으로도 중대한 쟁점이지만, 함께 움직일 때 그 정치적 의미는 더욱 크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입법,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형사 면책의 방패가 되는 입법은 모두 그 핵심을 훼손할 수 있다.
법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의 규범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이 아닌 권력이 나라를 지배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유리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어떻게 존중되고 있느냐”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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