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경기동향 정확히 진단할 경기지표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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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통계청장 경질해 경기종합지수 편제 방법 바꿔
지금도 정확한 경기 판단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남아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1 06:31:43

올해 한국 경제는 1월에 생산·소비 부문이 선전하고 수출 역시 긍정적인 실적을 이어 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4일 통계청이 공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전 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0.3% 증가한 후 지난해 12월(0.4%)과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저조했던 소비·건설지표의 개선 등에 힘입어 전 산업 생산이 2년 만에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소비 부문에서는 비내구재(화장품·차량연료·식료품)가 증가했고, 내구재에서도 통신기기·컴퓨터 등의 부문에서 소비가 늘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3 출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업 부문이 전월 대비 12.4%나 늘어나며 전 산업생산을 이끌었다. 건설기성(旣成·건설업의 실제 공사 실적)의 경우 토목(12.8%)이 울산·광양에서의 LNG터미널 공사 마무리 등 플랜트 공사 집행 확대와 서울 개포동 6000여 세대의 아파트 입주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1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수출 전망도 긍정적이다.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했다. 설 연휴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평년보다 1.5일 부족(평년 2.5일 부족)했지만 5개월 연속 플러스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도 17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문에서의 실적이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내수를 조이고 있는 등 내수를 떠받치는 소비 실적이 일시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업 선행지표로 꼽히는 건설 수주 또한 1년 전보다 53.6% 급감해 반토막 나면서 13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부동산 PF 시장이 얼어붙고 원자잿값이 계속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신규 건설 계약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설비투자 또한 1월에 5.6% 감소해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등 수출 회복 조짐에도 경기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반등하고 있는 수출도 반도체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여전히 개선이 더딘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이란 변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4일 개막된 양회에서 실효성 있는 경기회복 정책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는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p 상승했으나 99.7에 머물고 있고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100.3으로 전월 대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 대비 0.1%p 상승했으나 72.0%로 근년의 평균 75%를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 종래에는 평균가동율이 82%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경기회복 진입’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지금의 경기종합지수가 경기 하락을 호도하기 위해 문재인정부 때 개편한 경기종합지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경기저점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2017년 대통령 취임 이후 경기가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2018년 통계청장을 돌연 경질했다. 새로 부임한 강신욱 통계청장은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종합지수 편제 방법을 개편했다. 경기는 추세·계절·불규칙·순환 등의 요인에 의해 변동해 가는데 앞의 세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순환 요인만을 추출한 경기종합지수 순환변동치를 통해 경기 변동을 분석한다. 그런데 개편 과정에서 추세 변화의 갱신주기를 종전의 연간(연 1회)에서 반기(연 2회) 주기로 단축했다. 결과적으로 추세가 짧아지면서 경기변동 폭이 적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개편 결과 추락하던 경기가 돌연 정체되더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상승하기까지 했다.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은 수차례나 곧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전 정부의 경기종합지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정확한 경기진단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경기대책을 제때 실효성 있게 실행하려면 정확한 경기진단이 필수적이다. 경기동향을 정확히 진단할 경기지표로 다시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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