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데이, 어머니날 하늘의 어머니께 우승컵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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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등 성공은 어머니 희생 덕분
어렵게 살았지만 첫 우승 후 아동재단 설립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24 09:15:53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미국프로골프(PGA)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의 프로 선수들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타가 된 경우가 많다. PGA에서 82승을 올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왼손잡이 골퍼인 필 미켈슨·짐 퓨릭(이상 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25년 전 ‘맨발의 투혼’을 떨치며 LPGA 우승을 거머쥔 박세리 등 국내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경우가 허다하다. 굳이 골프뿐 아니라 축구·야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도 아버지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호주 출신으로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도 오른 적이 있는 제이슨 데이는 어머니에게서 절대적인 가르침과 사랑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특이한 면이다. 아일랜드계 호주인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이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골프를 배웠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클럽으로 골프를 시작한 데이는 지금까지 5574만 달러(약 725억 원)의 상금을 벌여들여 큰 재산을 일궜다. 어려웠던 유년 시절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재산이다.

호주의 시골 마을 퀸즈랜드주 보데서트에서 자란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6살 때였다. 조그만 골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지도받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첫 골프 채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다가 사용했다. 남들이 못쓰게 돼 내다 버린 클럽들이었다. 가족들 옷도 구세군 센터에서 구해 온 헌것들이었다. 데이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음에도 고국땅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가급적 출전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다.

12살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데이는 편모 슬하의 이민자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이민자 가정은 늘 불우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백인 이외의 인종, 특히 아시아인의 이민을 배척하던 백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호주에서 성장했지만 그는 넓은 가슴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사랑은 데이의 성공에 큰 힘이 되었다. 어머니는 유일한 재산이었던 집을 팔아 아들이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데이는 이에 화답하듯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등교 시간인 8시30분까지 3시간가량을 연습에 매진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골프 연습을 마친 뒤에야 등교했다.

▲ 5년 만에 우승하며 우리 앞에 다시 선 제이슨 데이. 로이터=연합뉴스

혹여 아들이 게으름을 피우면 어머니는 여지없이 사랑의 회초리를 들었다. 결국 이런 노력은 데이가 세계 정상급 골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머니는 늘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아들에게 늘 주문하고 채근했다.

데이는 어머니의 헌신과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대선수가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큰 돈을 벌어 홀어머니를 호강시키려고 미국 땅을 밟은 것은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지옥의 관문이라는 퀄리파잉(Q)스쿨을 거쳐 PGA에 입문했다.

2010년 5월 PGA투어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데이는 자신과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기억 때문에 굶주리는 아동을 돕는 ‘브라이터 데이즈’라는 자선재단을 설립했고, 지금까지 선행을 베풀어 오고 있다. 어머니의 주문 사항이었다. 또한 구김살 없이 자라야 할 어린이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 살던 외할머니와 외삼촌 등 가까운 친척 8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아픔을 겪은 피해자였지만 이재민을 돕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쾌척하는 등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 데이는 PGA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다. 데이는 2015년 무려 5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호주를 떠나올 때 세계 1인자가 되겠다고 어머니 앞에서 맹세한 다짐을 7년여 만에 이룬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허리 부상 때문에 지난 3년간은 리더보드 상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복귀할 것으로 믿었던 데이가 15일 우리 앞에 다시 섰다. 13년 전 자신이 첫 우승했던 AT&T 바이런넬슨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며 그는 뜨거운 눈물을 한없이 쏟아 냈다. 이 날이 바로 어머니의 날(매년 5월 두 번째 주 일요일)이었지만 이 세상에 그의 어머니는 없었다.

데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는 지난해 암 투병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 2017년 폐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1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4년이나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들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이었다.

어머니의 날을 앞두고 열린 대회 기간 동안 어머니를 추억하려고 캐디의 조끼 뒷면에 어머니 이름을 적어 놓은 데이였다. 그는 대회 기간 나흘 동안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고 어머니와 함께 라운딩하며 멋진 우승 샷을 구사할 수 있었다.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우승을 어머니에게 바치며 데이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효자 데이의 우승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도와준 게 아니었을까. ‘효자는 하늘에서도 돕는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허리 부상을 이겨 낸 데이가 앞으로도 더욱 승승장구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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