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던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은 유지하되 시장 여건과 기술 성숙도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 중심의 전략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중심의 다단계 전동화로 전기차 로드맵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다.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로터스는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해 주행거리 100km 이상을 목표로 설정해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인 충전 불안을 구조적으로 해소한다.
로터스는 전동화 시대에도 가벼운 차가 더 빠르고 즐겁다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경량화 DNA를 바탕으로 전기 주행의 정숙함, 즉각적인 토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주행의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계획이다. 차세대 플랫폼은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고출력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페라리는 전동화를 비율로 관리한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 40%, 하이브리드 40%, 순수 전기차 20%로 라인업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계획에서 전기차 비중은 40%였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페라리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를 모두 아우르고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전동화를 진행하는 멀티 에너지 전략을 목표로 한다. 올해 첫 전기차 일레트리카 출시를 앞뒀지만 전기차 일변도보다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함께 운영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 포르쉐는 2030년까지 판매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물러섰다. 내연기관 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병행 가능성을 열어 두며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한 것이다. 기술적 한계때문이라기보다는 스포츠카 오너의 실제 사용 패턴과 시장 반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V 전용으로 계획했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 출시를 늦추고 내연기관·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옵션 우선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포르쉐는 단순히 전기차로 전환하는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수익성·수요 안정성을 고려한 혼합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마친 뒤 순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춰 첫 전기차 모델을 2029년 이후로 연기했다. 벤틀리는 2030년 완전 전기차 전환에서 2035년까지 PHEV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전기차 전환의 후퇴가 아니라 현실적인 속도 조절로 봐야 한다”며 “소비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조합하는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성능·럭셔리 모델일수록 배터리 무게와 열 관리 문제, 브랜드 전통인 엔진음과 주행 질감에 대한 선호가 전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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